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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자신이 만든 강달러에 '역풍 맞나'

김경민 기자I 2016.12.14 15:54:08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이 만들어낸 달러 강세에 오히려 역풍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 약속 등으로 달러화 가치가 무섭게 치솟고 있지만, 이 탓에 오히려 무역적자 확대 등으로 수출 경쟁력에는 흠집을 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한마디에 치솟은 달러화 몸값

달러인덱스 최근 추이(자료=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는 유세 기간 내내 지나치게 강한 달러가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해왔다”며 “그렇지만, 트럼프의 경기 부양 대책에 달러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트럼프 국정 계획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화 가치는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추종하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4일 올 들어 처음 100을 넘어선 이후 24일 101.7이라는 고점을 찍고 내내 101선에 머물고 있다. 지난 2003년 4월 이후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달러지수가 올랐다는 것은 달러화 가치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올해 내내 100의 문턱에도 좀처럼 진입하지 못했던 달러화 가치가 순식간에 뛰어오른 이유는 트럼프 덕분이다. 트럼프가 당선 직후 1조달러를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세금 부담을 낮춰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밝히면서 강달러 국면으로 돌아선 것. 여기에 이달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점도 달러 상승을 부추겼다.

◇트럼프 공약, 강달러에 발목 잡히나

문제는 이 달러들이 트럼프가 그동안 내세운 공약들에는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내내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교역국과의 무역 협정도 재검토하고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해 무역수지 적자폭을 줄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렇지만, 달러 강세는 오히려 무역수지 적자폭을 키울 수 있어 트럼프에 역풍이 될 수 있다.

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도 예고된 만큼, 달러화 가치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경제전문가 62명을 벌인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연준이 금리를 네 차례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올 12월뿐 아니라 내년에도 3번의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브루킹스의 데이비드 달러 연구원은 “지금 상황은 느린 속도로 열차가 탈선하고 있는 것과 같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으며 공약을 실천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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