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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줄이려' 재정지출 경제성장 규모에 맞춘다…강제력 없어 실효성 의문

한광범 기자I 2020.09.02 18:04:06

수입·지출·수지·채무 유형 맞춘 재정준칙 이달 도입
“총지출 증가율 경상성장률 수준 유지, 의무지출 관리”
확장적 기조 유지…구속력 없는 선언적 형태 그칠 듯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이명철 기자] 정부의 확장적인 재정 지출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로 나랏빚이 빠르게 불어나자 정부가 재정준칙을 도입해 재정 지출 관리를 강화한다. 재정 지출 증가폭을 경제 성장규모에 맞추도록 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다만 상황에 따라 변경 가능한 유연한 수준의 ‘권고’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실효성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일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을 발표하며 국가채무 증가속도 관리를 위해 이달 중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재정준칙이란 정부가 재정을 쓸 때 지켜야 할 기준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 60%, 관리재정수지 적자 3%를 한도로 설정한 바 있다. 국내서는 정부가 2016년 GDP대비 국가채무 45% 이내, 관리재정수지 적자 3%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의 재정건전화법 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내년 예산이 550조원에 넘는 등 재정 지출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위한 재정준칙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장기재정전망에서도 2045년 GDP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99%로 올해(43.5%)보다 두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주범 기재부 재정혁신국장은 “국가채무 증가 정도 관리를 위해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며 “수입·지출·수지·채무 네가지의 유형이 있는데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형태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한번 예산에 편입하면 고정적으로 써야 하는 의무지출이 갈수록 증가하는 만큼 이에 대응해 재량 지출 증가 속도를 낮출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 총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관리하고 새로운 의무지출을 도입할 때는 재원을 확보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토록 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특단의 지출구조조정도 추진한다. 유사 중복되거나 성과나 집행실적이 낮은 사업 등을 중심으로 재량지출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미 내년 예산안에도 재량지출의 약 10% 구조조정을 반영했다.

재정준칙을 EU처럼 명확한 숫자로 제시할 가능성은 낮다. 한국의 상황에 맞춘 선언적인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재정준칙 적용도 배제된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7일 예산안 브리핑에서 “코로나 위기처럼 아주 극단적 위기가 와서 재정이 반드시 역할을 해야 될 상황에는 예외로 인정하는 등 여러 가지 유연성을 보강해 재정준칙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지출이 증가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구속력 없는 유연한 형태의 재정준칙을 도입해도 무용지물이 될 여지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정부는 선진국들처럼 사회적 논의를 통해 복지수준 확대에 따라 국민부담률을 이에 걸맞은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도 중장기 검토하기로 했다.

국민부담률은 국민이 내는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을 더한 금액을 GDP로 나눈 값이다. 2018년 기준 국민부담률은 2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4.3%)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국민부담률을 높이는 방안은 통상 증세로 여기지만 증세를 가정하진 않았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나 국장은 “증세는 사실 사회적인 논의가 선행돼야 되기 때문에 (증세를) 가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보험료율이나 부담금이 상승 등 여러 가지 형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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