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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삼성의 시간'…이재용 '신뢰 회복'에 주력할 듯

김상윤 기자I 2021.08.09 19:10:51

대규모 투자, M&A 등 삼성 정상화 기대
복권은 아냐…취업제한 등 걸림돌 남아
대국민 신뢰회복에 보다 방점 찍을 전망
재계 "연말 사면 기대", 시민단체 "개혁 후퇴"

[이데일리 김상윤 남궁민관 신중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출소로 삼성은 총수 부재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대규모 투자 결정 등 다시 경영 정상화 궤도에 올라설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드디어 ‘삼성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사면이 아닌 말 그대로 ‘조건부 석방’이란 점에서 공격적 경영활동 보다는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행보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도하는 삼성…‘대국민 사과문’ 실천 주목

9일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정부과천청사에서 심사위를 열고 이 부회장의 재범 위험성과 범죄 동기, 사회의 감정 등을 고려해 가석방하기로 결정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심사위 결과를 보고 즉시 결재로 가석방을 확정했다. 이번 8·15 가석방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이뤄진다. 지난 1월18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된 이후 207일 만이다.

박 장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침체, 글로벌 경제환경 등을 고려해 이 부회장을 가석방 대상에 포함했다”면서 “가석방심사위가 사회의 감정, 수용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총수 공백’ 사태에 놓였던 삼성전자 측은 이 부회장 향후 행보에 대해 말을 아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가석방 반대 목소리도 거센 상황에서 마냥 기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사면이 아닌 만큼 실망하는 분위기와 안도하는 분위기가 교차할 것”이라고 봤다.

재계의 시선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삼성전자의 경영이 정상화할지로 향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다. 삼성전자는 일상적 경영활동은 이어왔지만 대형 인수합병(M&A)이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증설 등 투자 결정이 늦어지면서 반도체·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 경쟁력이 약화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따라잡아야 할 파운드리 경쟁사 대만의 TSMC와는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고, 인텔까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와 M&A로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총수 공백으로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중단된 대형 M&A 등 적극적인 투자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이 여전히 가석방 상황인 만큼 조심스럽게 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석방은 ‘조건부 석방’이기 때문에 경제사범에 적용하는 취업제한이 그대로 적용되고, 해외 출장 등 현장 경영도 제한받는다. 현재 이 부회장은 미등기 임원이라 취업제한에 걸리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등기임원이 돼 이사회 구성원이 되려면 법무부 장관의 취업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경영활동보다는 오히려 대국민 신뢰회복 활동에 보다 방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그간 쌓아온 국내외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고, 국민 신뢰도 잃었기 때문이다.

신뢰회복 활동의 향방은 2020년 5월 이 부회장이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 상당수 담겨 있다. 그는 경영권 승계 논란과 관련해 “더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무노조 경영과 관련해 이 부회장은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란 평가가 더이상 나오지 않도록 노동 3권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해 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최후 진술 자리에서는 “회사의 성장은 기본, 부당한 압력에 거부할 수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만들겠다”, “삼성을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 투명성과 도덕성을 갖춘 회사로 만드는 것을 제가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삼성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면 경기 수원시 가족 선영을 찾아 참배한 뒤 첫 외부 일정으로 17일 열리는 외부독립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 정기회의에 참석해 신뢰회복 방안을 의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등 약속을 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지고 결정할지는 보여주지 못했다”며 “달라진 삼성의 모습을 어떻게 구현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석방만으로는 한계” vs “공정경제 후퇴”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에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기대했던 사면은 제외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기업의 변화와 결정 속도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허용해준 점을 환영한다”면서 “다만 이재용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 방식으로 기업경영에 복귀하게 된 점은 아쉽다. 향후 해외 파트너와의 미팅 및 글로벌 생산현장 방문 등 경영활동 관련 규제를 관계부처가 유연하게 적용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가석방은 취업제한, 해외출장 제약 등 여러 부분에서 경영활동에 어려움이 있어 추후에라도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법무부 결정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나아가 새로운 경제질서의 중심에 서는 계기가 될 것이다”며 “삼성의 견인차 역할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것인 만큼, 삼성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결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삼성물산 불법합병, 프로포폴 투약 혐의 재판 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만큼 가석방을 불허했어야 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중대한 경제범죄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한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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