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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의결된 ‘김종인 비대위’…출범 여부도 ‘안갯속’(종합)

조용석 기자I 2020.04.28 18:25:05

상임전국위 무산…임기 4개월 ‘반쪽’ 비대위
김종인 측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안해” 불쾌함
비대위원장 재물색 또는 조기 전대…혼란 불가피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28일 의결했으나, 김 전 위원장이 강력하게 요구해온 비대위원장 임기 제한을 폐지하지 못했다. 김 전 위원장 측은 이를 두고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혀 ‘김종인 비대위’는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1차 전국위원회에서 정우택 전국위원회 의장과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상임전국위 정족수 부족 무산…임기 4개월 ‘반쪽’ 비대위

통합당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앞서 현 지도체제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전체 전국위원 639명 중 과반인 323명이 참석해 이중 177명이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문제는 직전에 열릴 예정이었던 상임전국위원회(상전위)가 무산된 것이다. 상전위는 당 대표 등 지도부를 선출하는 차기 전당대회 일정(8월31일)을 규정한 당헌 내용을 삭제하기 위해 열릴 예정이었으나 재적의원 45명 중 17명만 참석,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해당 당헌을 폐지하지 못하면 ‘김종인 비대위’는 출범해도 4개월밖에 활동할 수 없다.

비대위 임기 제한 폐지는 김 전 위원장이 강력하게 요구한 조건 중 하나다. 김 전 위원장은 통합당의 가장 큰 숙제는 차기 대권을 노릴 수 있는 대선주자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임기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합당이 제일 걱정스러운 부분은 전당대회를 빨리하자는 얘기가 자꾸 나오는 것”이라며 “(조기 전당대회가)전제가 된다면 진짜 그건 할 수 없다”고 강조, 충분한 시간을 줄 것을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 측은 통합당의 ‘반쪽 비대위’ 제안을 거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전 위원장 측근인 최명길 전 의원은 “김종인 대표께서는 오늘 통합당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김종인 비대위 전환’을 주도해온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은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수락하면서 임기 제한을 없애 달라는 전제조건을 걸지는 않았다며 직접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심 권한대행은 전국위가 종료된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에게 투표 내용을 다시 말씀드리고 비대위원장을 수락해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국위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도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통합당은 최초 당선자 총회를 29일에 열기로 했으나, 당 일각에서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당선인들의 의견을 먼저 듣고 전국위를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 일정을 앞당겨 열었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사진 = 뉴시스)
◇ 비대위원장 재물색 또는 조기 전대…통합당 혼란 불가피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거부할 경우 통합당은 새 비대위원장 후보군을 물색하거나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비대위원장 후보군은 김 전 위원장처럼 외부에서 찾을 수도 있고 내부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통합당이 총선 참패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감하게 칼을 들이댈 수 있는 외부 인사를 물색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보수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거론하기도 한다.

김 전 위원장이 8월 내 상임전국위를 다시 열고 임기 제한을 없앤다는 조건을 내걸고 비대위원장직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경태 최고위원, 조해진 당선인 등 당 내부에서 이미 많은 이들이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또 이미 리더십에 큰 흠집이 난 김 전 위원장이 수용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총선 참패 이후부터 김종인 비대위를 놓고 찬반을 벌이던 통합당은 이번 사태로 인해 더욱 분열할 가능성도 있다. 김종인 비대위를 반대하는 의견만큼 빠른 수습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았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어떤 선택이 최선일지는 알 수 없으나 ‘김종인 비대위’가 무산될 경우 당을 수습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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