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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국영 NOC사에 따르면 리비아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지난 몇 달 동안 88만5000배럴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주엔 전년 대비 약 3배의 원유를 생산해 내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음달 말에는 일평균 생산량이 10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해 말 OPEC 감산 합의에서 예외를 인정받은 리비아와 이란, 나이지리아는 일평균 100만배럴 이상을 생산해 왔다. 세 국가 모두 원유 생산을 늘렸지만 리비아의 증산 규모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어서 OPEC의 생산 감축 노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지난 달 말 OPEC은 일일 180만배럴 감산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증가 등으로 국제유가는 16% 가량 하락했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은 하루 평균 933만배럴까지 늘어나는 등 2015년 중반 이후 최대 규모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리비아가 생산을 크게 늘리면서 국제유가는 9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며 40달러선을 위협하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7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0.97달러(2.2%) 하락한 배럴당 43.2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9월 중순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0.89달러(1.9%) 하락한 46.02달러에 마감해 지난 해 11월 15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비아 NOC는 지난 달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을 올해 말까지 132만배럴, 내년 말까지 150만배럴 늘리는 것을 포함해 2023년까지 일평균 생산량을 220만배럴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렇더라도 내전 등 자국 내 불분명한 정치 상황으로 수출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증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에선 OPEC의 감산 계획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스트래티직 에너지 앤 이코노믹 리서치의 마이클 린치 대표는 “리비아 내 정치 상황이 너무나도 불안정해서 더 많은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이제 OPEC은 모든 회원국들에게 똑같은 수준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뉴욕 헤지펀드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도 “OPEC과 러시아 등 원유 수출국들의 감산 합의가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것이 리비아의 과잉 공급을 일부 제한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리비아가 스위스 글렌코어를 통해 카타르에 수출하고 있는 원유 중 약 20만배럴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