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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예산소소위 가동 전까지 정부가 4조원 세수 결손분에 대한 대책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끝장”이라고 엄포를 놓아 아직 암초도 여전하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 심사 지체 상황에 대해 “올해도 11월 30일 이후에 몇 사람이 앉아 밀실에서 깜깜이 예산 심사를 해야 한다”며 야당의 밀실심사 의도를 비판했다.
국회 속기록에 기록되고 취재진이 배석하는 예산소위와 달리 원내지도부와 예산소소위 협상과정은 외부 접근이 불가능한 검증 사각지대다. 이 때문에 매년 ‘쪽지예산·주고받기예산’의 산실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예결위 법정 시한 내일…규모 큰 예산부터 심사
한국당 소속인 안상수 예결위원장과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조정식 민주당·장제원 한국당·이혜훈 바른미래당 예결위 간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예산소위 재가동에 합의했다. 지방소비세율 인상과 유류세율 인하에 따른 약 4조원의 세입결손 대책 마련에 대한 여야 이견으로 지난 26일 저녁부터 예산소위는 파행 상태였다.
조 간사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진도를 내서 예산소위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예산소소위를 열기로 했다”며 “내일까지는 예산소위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4조원 세수 결손에 따른 총 세입·세출 규모 합의’ 여부에 대해서는 “총 세입·세출은 지금 단계에서는 아무도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여야는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이 다음달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고 예결위 법정 활동시한이 30일로 끝나는 만큼, 규모가 큰 예산부터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최소한 예산소위에서 예산안 전체에 대한 한 차례 검토를 마친 뒤 예산소소위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장 간사는 “법정 시한 내 예산안 통과 여부는 민주당과 정부가 야당의 삭감요구를 얼마나 들어주느냐에 달렸다”며 “시간을 이만큼 끈 것은 신뢰가 상실되게 약속을 깬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與 “벌써부터 원내대표 예산 협상은 안 된다”
민주당은 예산안 통과 법정 시한을 약 한 주 남긴 시점부터 원내지도부 테이블과 예산소위, 예산소소위를 동시에 가동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이런 협상 방식 자체에 대해 비판적이다. 1년 사이에 변화한 교섭단체 간 역학 구도 등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예산안 심사에서 민주당은 국민의당을 우군으로 확보해 한국당을 포위하는 전략을 가져갔다. 민주당은 예산안 심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28일 국민의당과 ‘호남KTX 2단계 조속 추진 양당 공동합의문’을 발표하는 등 소위 말하는 ‘국민의당 지역 민원’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한국당이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우리를 따돌리고 논의한다”고 반발하면서 지난해 원내지도부 간 예산안 협상이 막판 파행을 겪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초 바른정당과 합당한 국민의당이 보수성향에 보다 가까운 바른미래당으로 재편되면서, 예산안이 교섭단체 협상으로 넘어갈 경우 민주당은 홀로 두 야당을 상대해야 한다.
반면 한국당은 16명의 위원 중 민주당과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이 8명을 차지하고 있는 예산소위보다는 원내지도부나 예산소소위로 협상을 넘겨야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예산소위 가동 가능 시간이 남은 만큼 원내지도부나 소소위 테이블 마련은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벌써부터 예산소위를 포기하고 원내대표 간 예산 협상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