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돈 필요한데 주주는 성가셔…무의결권株 찍는 美테크업체(종합)

이민정 기자I 2017.04.04 17:11:00

의결권 차등해 주식발행하는 테크기업들 증가
스냅, 공동창업자가 의결권 90% 독점
경영 불투명성 지적도

출처:WSJ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테크 기업들이 의결권 없는 주식 발행을 늘리고 있다. 외부 자금은 수혈받으면서도 경영 간섭을 받지않겠다는 의도다. 창업자 등 일부 주주가 의결권주를 독점하면서 경영 투명성이 낮아지고 있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이들 주식의 실적이 좋아 의결권을 차등해 주식을 발행하는 행태에 대해 용인하는 분위기도 굳어지고 있다. 투자은행들은 IPO 대어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우버 테크놀로지, 팰런티어 테크놀로지, 에어비앤비 등 유망 테크 기업들도 의결권을 차등한 주식들로 나눠 발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2일 메신저앱 스냅챗 모회사 스냅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의결권이 없는 클래스A 2억주를 투자자들에게 발행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처럼 IPO를 하면서 의결권 없는 주식만 발행한 것은 거대 시가총액 기업으로서는 스냅이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스냅은 의결권 없는 주식만 발행해 신주 투자자들이 스냅의 경영에 전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다. 에반 스피겔과 바비 머피 공동창업자는 주당 10표의 의결권이 있는 C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전체 주식에서 지분율은 38.4%에 불과하지만 의결권은 90%에 달한다. 초기 투자자와 직원들에게는 주당 1표의 의결권이 있는 B주식이 배정됐다. 스냅은 공동창업자들이 사망한 이후에야 C주가 B주로 전환되도록 했다. 그들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사실상 외부적 요인으로는 경영권을 흔드는 것은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창업자와 소수 임원들이 의결권을 독점하면서 이들이 이사회 선출부터 향후 있을지도 모르는 회사 매각 등에 이르기까지 경영과 관련한 모든 결정에 영향력을 독점하는 셈이다. 마크 로너건 로너건파트너스 창업자는 “결국 이사회가 창업자들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거나 구미를 맞추는 집단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은 스냅의 무의결권 주식발행에 대해 스냅을 스탠더드앤푸어스(S&P) 다우존스 지수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S&P다우존스 측은 “스냅의 지수편입 등을 고려할 때 스냅 지배구조 등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WSJ가 플로리다내 제이 리터 교수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2~2016년 상장한 테크 기업들 가운데 페이스북과 핏빗을 비롯해 15%가 차등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발행했다. 지난 2007~2011년 8%에서 증가한 것이다. 테크 업종 이외 산업에서는 의결권을 차등해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가 줄어드는 반면, 테크 업종에서는 유난히 늘고 있다. WSJ는 “지난 5년간 수퍼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발행한 테크기업들이 크게 늘어나 IPO가 늘어난 규모와 거의 맞먹는다”고 분석했다.

페이스북은 2012년 IPO에서 주식을 A형과 B형으로 나눠 발행했는데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초기 창업자들은 주당 10표의 의결권이 있는 B주를 가지고 있으며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1주당 1표의 의결권이 주어지는 A형 주식을 팔았다. 당시 저커버그는 28% 지분과 58%의 의결권을 가졌다. 페이스북은 현재 의결권없는 주식 발행도 고려하고 있다. 구글모회사 알파벳 역시 지난 2004년 IPO 당시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에릭 슈밋 등이 주당 10표의 의결권이 있는 B형 주 등을 보유하면서 의결권 37.6%를 확보했다. 구글은 현재 의결권 없는 주식도 판매하고 있다. 이들 회사들은 “의결권을 차등해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단기적 투자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을 만족시키는데 신경쓰기 보다 경영자들이 장기적인 시각에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다만 신문에 따르면 리터 교수 연구 뿐만 아니라 최근 학계 연구에서 수퍼의결권 등 의결권을 차등해 주식을 발행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간 주가 퍼포먼스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기업들이 생겨났다가 소리없이 사라지는 테크산업에서 소수의 흥행 테크 기업 주식은 의결권이 있든 없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스냅은 지난달 초 상장 이후 주가가 33%나 올랐다. S&P500지수가 같은 기간 1% 빠진것과 비교하면 크게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2012년 상장 이후 주가가 274%올랐으며 알파벳은 2004년 상장 이후 주가가 1893%뛰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인 81%, 117%를 각각 크게 넘어섰다. 비벡 워드화 카네기 멜론대 펠로우는 “많은 테크기업들이 실패하고 있는 가운데 소수의 성공 테크기업들이 투자자들을 다 차지하고 수익을 내는 이른바 `승자 독식` 문화가 테크 업계에 자리잡으면서 투자자들이 경영진의 의결권 차등 주식 발행에 대해 용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