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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본 내놨지만···고개 드는 국정교과서 시한부론

신하영 기자I 2017.02.01 17:48:27

교육부 “신학기부터 연구학교 지정 시범 적용”
교육감들 집단 반대 움직임에도 교육부 속수무책
국회에선 ‘국정 역사교과서 금지법’ 입법 추진
“정권교체 시 국정화 폐기” 내부서도 회의론

교육부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사진=신하영 기자)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했지만 학교 현장에 안착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교육감들의 반대로 교과서 검증을 위한 연구학교 지정이 쉽지 않은 데다 ‘역사교과용 도서 다양성 보장에 대한 특별법’(국정교과서 금지법)의 입법 여부도 변수다. 특히 정권교체로 정치적 동력을 상실할 경우 국정교과서 폐기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국정교과서를 놓고 시한부론이 나오는 이유다.

◇ 교육감들 연구학교 지정 보이콧

1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오는 15일까지는 연구학교 지정을 마칠 방침이다. 연구학교는 교육과정이나 교과용도서 등을 검증할 목적으로 교육감이 교육부 요청을 받아 지정하는 학교다.

교육부는 신학기부터 연구학교를 운영, 1년간의 시범적용 결과를 반영해 국정교과서의 개정판도 만들 예정이다. 국·검정혼용제가 시행되는 2018년부터는 검정교과서와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품질을 높인 교과서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교육부의 구상은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교육부령인 ‘연구학교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연구학교 지정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 현재 전국 17명의 시·도교육감 중 대구·경북·울산을 제외한 14명의 교육감이 국정교과서 현장 적용에 부정적이다. 일선 학교에 연구학교 신청을 안내하는 공문조차 내려 보내지 않은 교육청만 서울·경기 등 9곳이나 된다.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직접 안내공문을 발송한다고 해도 해당 학교들이 연구학교 신청에 응할지도 미지수다. 학교마다 교사들의 동의를 얻은 뒤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연구학교 신청이 가능하다. 역사 교과목을 담당하는 역사교사 가운데 국정화 찬성론자는 10%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지난해 말 현 정부의 국정화 정책을 전면 거부하는 ‘불복종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전국 역사교사의 약 30%에 달하는 2000여명의 유로회원을 확보한 국내 최대 역사교원 단체다.

특히 교육감은 해당 시도에서 교원 인사권과 예산권을 갖기 때문에 교육감 눈치를 보지 않을 학교는 거의 없다. 교육감이 국정교과서에 부정적인 시·도에선 연구학교 신청률이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는 전국 시도교육감들에게 연구학교 신청을 학교 자율에 맡기자고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경기·광주·충남·세종 등 교육감들의 반대가 여전해 연구학교 지정작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 연구학교 ‘교육감 자치사무’ 견해 우세

교육부는 교육감들이 연구학교 지정에 계속 반대할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고 최악의 경우 행정소송까지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마냥 밀어붙이기 힘든 상황이다. 교육감 자치사무의 경우 법률에 위배되는 특별한 사안이 아니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학교의 경우 교육감이 지정권한을 갖기에 ‘자치사무’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감들이 계속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할 경우 솔직히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며 “일단 연구학교 신청 여부를 학교 자율에 맡겨달라고 교육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가 연구학교 지정을 받아 신학기부터 국정교과서를 교재로 쓰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야당이 추진 중인 ‘국정교과서 금지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여부에 따라 국정교과서의 운명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법을 의결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 발행을 전면 금지하는 이 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현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은 백지화 된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국정교과서 금지법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조기 대선 등 정치상황도 변수

오는 4월 말이나 5월 초로 예상되는 대통령 선거도 변수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선고는 3월 초로 예상된다. 헌재의 탄핵심판에서 인용 결론이 나오면 공직선거법상 대선은 60일 이내에 치러진다. 정권교체 후에도 보수진영을 의식, 국정교과서 폐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지만 교육부 내에서조차 회의론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교육부 안팎의 상황이 이기기 힘든 게임으로 가고 있다”며 “만약 정권이 교체된다면 국정교과서는 폐기되고 출판사가 개발한 교과서에 대한 검정심사를 강화하는 검정제로 회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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