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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백신 공급 지연의 원인이 모더나의 생산능력에 있다면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모더나는 2010년 설립된 신생 기업으로, 수많은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으나 직접 신약을 출시해본 경험은 전무하다. 현재 개발 중인 심혈관 및 암 표적 mRNA 의약품 연구개발을 위해서도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머크 등과 협업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대해서는 메사추세츠에 자체 공장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원액 생산(DS)을 스위스 론자에 위탁(CMO)하는 구조다. 후공정인 포장·충진(DP)만 한국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미국 카탈란트, 스페인 로비, 스웨덴 레시팜 등에 맡기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부스터샷 접종이 시작되면 모더나의 생산 차질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럼에도 모더나는 DS를 론자로만 고집하고 있다. 화이자가 미국 내 미주리, 메사추세츠, 미시건의 자체 공장뿐만 아니라 독일, 벨기에, 중국에서 백신을 생산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이는 모더나와 론자의 두터운 신뢰관계가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론자는 유전자치료제와 세포치료제 CMO의 1인자다. 10년전부터 유전자·세포치료제 생산을 준비해왔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오자 mRNA 백신 생산라인을 가장 먼저 구축했다. 양사는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생산량을 늘려왔다. CMO업계 관계자는 “CMO는 신뢰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제약사들은 새로운 CMO를 찾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새로운 곳과 협업하기보다는 기존 업체와 생산량을 늘려가는 쪽을 택한다”고 말했다.
모더나가 DS CMO를 더 이상 늘리지 않는 이유는 기술유출을 극히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모더나는 mRNA 내부 구성요소에 관한 기술은 펜실베니아 대학으로부터 이전받았지만, mRNA를 체내에 전달하는 지질나노입자(LNP) 기술은 자체적으로 원천 보유하고 있다.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자체 공장과 론자에서 LNP로 감싸는 작업까지 완료한다. 모더나가 신약 개발 조직이 있는 CMO에는 주문을 맡기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비밀주의’를 중시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모더나가 자체 생산시설이 없는 바이오 벤처다보니 론자의 영향력이 큰 점도 생산이 집중되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통상 자체 공장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 CMO를 두고 공급이나 인력의 수급을 조절한다. 하지만 모더나가 론자와의 지속된 거래로 의존도가 커지면서 다른 업체에 위탁을 검토할 때 론자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업계관계자는 “모더나가 CMO를 맡길 때 론자의 의견도 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결정적으로 모더나는 코로나19이 어느 정도 지속되면서 백신 수요가 이어지는 것을 원하는 상황이므로, 백신 생산능력을 급격하게 끌어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