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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기도 성남 분당구 SK케미칼 본사에서 만난 정재준 신사업개발실장은 “지난해 초 PO3G 상업화 결정을 하고 설비 투자를 시작했는데, 올해 말 양산 공장이 완공될 예정”이라며 “현재 다양한 용도로 제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본격적인 양산 시점은 내년 3월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PO3G는 기존의 석유 기반 원료를 사용하는 폴리올을 바이오 물질로 대체하는 신소재다. 폴리올은 합성피혁, 의류, 코팅 및 접착 소재, 스판덱스 등의 용도로 쓰이는 폴리우레탄 소재의 핵심 원료 중 하나다. PO3G는 옥수수에서 만들어지는 100% 바이오 소재로 기존의 석유 기반 폴리올을 대체할 수 있다. SK케미칼은 앞서 2014년부터 기술도입을 시작, 테스트 설비를 통해 소량 생산에 나서며 상업성을 검증해 온 바 있다.
정 실장은 “PO3G는 원료가 생물자원인만큼 재생이 가능하고 온실가스 배출도 낮은 것으로 확인돼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환경, 기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경적인 부분과 함께 물성 면에서도 저온특성, 탄성회복력, 우수한 표면 특성 등을 구현할 수 있어 기존 제품에 비해 부드러우면서도 튼튼하고 탄력이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이 기대하고 있는 PO3G의 주요 고객처는 패션·의류 분야다. 그는 “의류나 패션 분야의 경우 소재들이 단일 원료로 구성된 게 아니어서 리사이클링이 매우 힘들고 물성도 맞추기 쉽지 않다”며 “때문에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는 바이오 제품 밖에 없다. 예컨대 인조피혁의 경우에도 기존엔 폴리염화비닐(PVC) 기반이 많은데, 이 경우에도 PO3G가 대체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오 신소재의 경우 기존 석유기반 제품들보다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과거엔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기 전 많은 화학사들이 사업을 도중 철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라는 시대적 흐름이 조성되면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사회적 가치를 찾겠다’는 고객들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오 신소재 시장이 본격적으로 클 수 있는 환경이 찾아왔다는 게 정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고객들은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친환경 제품과 소재를 사용하고자 하는 니즈가 생겼다”며 “우리의 주요 고객처가 될 글로벌 의류·패션 브랜드들이 이 같은 흐름을 가장 빨리 탈 것으로 기대되는만큼 PO3G 역시 이미 프로모션을 시작, 영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PO3G 시장은 무주공산이다. 유럽 소재의 모 화학업체가 자체적으로 소량 생산하곤 있지만 전용 설비가 아닌만큼 의미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SK케미칼이 내년 3월 양산을 시작하게 되면 명실공히 글로벌 시장의 리더가 되는 셈이다. 정 실장은 “바이오 기반 PO3G를 우리가 상업생산하게 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PO3G 시장을 가장 먼저 앞장서 이끌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K케미칼은 PO3G 양산 후 주요 공략시장으로 미주와 유럽을 선택했다. 소재 업체인만큼 직접적인 고객사인 가공업체와 최종 제품을 만드는 패션업체들과 동시에 협업을 해야 한다. 정 실장은 “실제 고객사들은 중국에 많지만, 패션 브랜드 업체들과도 별도의 영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중국 쪽으로는 화학전시회 등을 알아보고 있고, 미주 및 유럽 쪽으로는 패션 분야에 특화된 섬유박람회 같은 자리를 통해 프로모션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아울러 SK케미칼은 각 부서에 산재돼 있던 신사업들을 통합 관리하는 조직인 신사업개발실을 신설했다. 리사이클링, 생분해 등 분야에서의 신사업들을 검토중이다. 정 실장은 “앞으로 화학사들은 얼마나 빠르게 친환경 소재를 선점하는지가 향후 생존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환경 변화에 맞춰 SK케미칼 역시 리사이클 제품 및 바이오 관련 제품 비중을 빠르게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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