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새 남북경제협력(경협)은 이전과 달리 국제사회 참여를 통해 북한은 물론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석 KDI 경제전략연구부장 겸 북방경제실장은 ‘새로운 남북경협의 가능성: 특징과 쟁점’ 논문에서 “과거 남북경협은 경제적 수익성보다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평화 같은 비경제적 외부효과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앞으로의 남북경협은 국제사회의 참여로 한국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실장은 엄밀한 경제학적 논문이 아닌 오랜 기간 북한 경제를 관찰해 온 연구자들의 경험을 토대로 한 ‘사변적 시론’임을 전제로 1990년대부터 2010년까지의 남북 경제협력과 앞으로 진행할 상황이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가장 큰 변화는 국제사회의 참여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2010년 이전까지의 남북경협은 ‘정상 국가’끼리의 경협과 달리 ‘배타적 양자거래’란 특수성이 있었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정상국가라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남북경협은 1991년 1억달러 수준에서 2009년 16억달러로 15배 성장했으나 남북 경제규모가 워낙 큰 탓에 우리나라 기준으로 경제적 효과는 극히 미미했다. 한국의 전체 대외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1% 수준에 그쳤다. 이보다는 ‘한반도 평화’ 같은 외부 효과를 강조해 왔다. 사실상 ‘준 공공재’적 성격이었다.
그러나 현재 추진 중인 새 남북경협은 이전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 실장은 “우리 사회에서 남북경협 재개 가능성이 논의되는 건 역설적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때문”이라며 “새 남북경협이 이뤄지기 위해선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가 해제돼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경협은 자연스레 국제사회와 연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 남북정상회담뿐 아니라 북미정상회담이 이어진 것도 이를 입증한다.
이 실장은 이런 배경 때문에 새 경협은 자연스레 북한이 경제적 정상국가가 되거나 이를 추구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의 직접 협상 파트너가 된 만큼 미국의 승인 아래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B),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경제기구에 가입할 여지도 있다.
남북경협에 국제사회가 참여하고 북한이 경제적으로 정상국가를 지향한다면 대북 경제협력이 단순히 정치적 이슈에 그치지 않고 한국 경제의 새로운 경제 모멘텀으로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앞으로 경협이 이뤄진다면 개성공단처럼 북한의 저임 노동력을 활용한 한국의 비주력 산업 지원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과 기업이 나서 북한 경제성장을 위한 물리·제도적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고 이를 토대로 북한을 한국 경제 중요 산업을 위한 배후 생산기지나 시장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물론 새로운 남북경협에서도 위험성이 큰 초기엔 한국 정부와 공공부문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실질적인 경협은 경제적 수익성을 추구하는 일반 경제주체가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KDI는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 리스크가 존재다는 점도 함께 전했다. 앞으로의 남북경협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와 맞물려 가야 한다는 점에서 경협 우선순위가 경제적 이해관계와 달라질 수 있으며, 국제 사회에 밀려 우리나라가 대북 사업을 주도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남북경협 규모가 커질수록 정치·군사·외교적 위험에 그쳤던 ‘북한 리스크’가 경제적 위험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생길 수 있다고 봤다. 북한이 이 같은 상황의 변화에도 여전히 ‘북한식 방식’을 고수할 가능성도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