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돈스코이호 찾아 나선 신일그룹, 진짜 보물은 주식·암호화폐?

이명철 기자I 2018.07.19 17:54:06

실체 미확인 보물선, 테마로 엮인 제일제강 주가 급등
돈스코이 거래소에서는 암호화폐 판매…“1GSC당 200원”
신일그룹 “제일제강·거래소 관계없어” 부인에도 의혹 여전

신일그룹은 지난 15일 오전 9시 50분께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서 1.3㎞ 떨어진 수심 434m 지점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150조원대 재물을 품고 침몰했다고 전해진 ‘현대판 보물선’ 돈스코이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신일그룹이라는 신생 회사가 울릉도 인근 해역에서 이 선박을 발견했다고 밝히면서 이슈가 됐다. 정작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보물선 자체보다 오히려 신일그룹과 관계된 주식과 암호화폐가 더 큰 이득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 보물선 테마주 둔갑한 제일제강 ‘급등’

제일제강(023440)이 보물선 테마주로 분류된 지는 약 2주에 불과하다. 회사는 지난 5일 기존 최대주주가 최용석·류상미씨에게 보유 주식 451만여주를 185억원에 넘기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일부 언론 보도와 신일그룹측의 발표로 류상미씨가 신일그룹 대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돈스코이호 인양 시 수혜 기대감이 작용하기 시작했다. 앞서 신일그룹은 지난달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돈스코이호 인양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상태였다.

제일제강 주가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기도 전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달 4~13일 9거래일 동안에만 115%나 올랐다. 14일 19% 하락해 숨을 고르더니 돈스코이호 발견 소식이 나온 17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불 붙었다. 상한가를 기록한 17일부터 3거래일간 일평균거래량은 3000만주에 육박한다. 18일과 19일에는 각각 6%, 21% 하락했지만 장중에는 등락을 오가며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19일 종가는 3100원으로 지난달 말과 비교하면 아직도 67%나 오른 상태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각각 1200만원, 5억8700만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은 12억74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16일부터 4거래일간 순매수 금액은 25억5000만원이다. 여전히 보물선에 대한 수혜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통해 ‘묻지마식 투자’를 자제하라며 주의를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

◇ “보물선 발견 내가 먼저”…주장 엇갈려

돈스코이호는 과거 2000년대 동아건설이 발견했다고 주장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침몰선이다. 지금은 상장폐지 된 동아건설은 당시 주가가 1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이어가는 등 높은 관심을 받다가 채권단 반대 등으로 흐지부지되며 기억에서 멀어졌다.

잊혀졌던 보물선이 재부각되자 보물선의 진위 여부와 발견 우선권을 두고도 논란이 벌어졌다. 동아건설측은 자신들이 이미 2000년대 최초로 발견한 것인 만큼 신일그룹의 최초 발견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동아건설 근무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홍건표 전 신일광채그룹 대표는 “확인이 되지 않은 돈스코이호를 가지고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호도하고 있다”며 신일그룹측을 검찰에 고발했다.

발견 주체인 신일그룹의 정체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 행방을 찾던 개인들이 올해 6월 법인 형태로 설립한 회사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일그룹 홍보 책임자라고 밝힌 박성진씨는 “개인들이 투자해 돈스코이호를 찾아왔고, 본격 인양을 시작하기 위해 류상미 대표를 필두로 법인을 세웠다”며 “돈스코이호에 금화가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자를 발견해 확인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류 대표가 최용석씨와 함께 제일제강 인수에 나선 것은 사실이지만 신일그룹과 직접 관계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신일그룹이 아닌 류 대표 개인이 (제일제강)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이기 때문에 회사간 연관은 없다”며 “제일제강도 공시를 통해 관계를 부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신일그룹은 그동안 홈페이지를 통해 류 대표가 제일제강을 인수한다고 적극 홍보한 상태여서 시장에서는 여전히 관계 부인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 암호화폐도 들썩? 신일그룹은 부인

일각에서는 신일그룹측이 보물선 테마를 흘려 암호화폐를 판매, 수백억원대의 이득을 거뒀다는 의혹도 제기한 상태다. 실제 신일그룹이 당초 계열사라고 밝혔던 돈스코이호 홈페이지 내 거래소에서는 신일골드코인(GSC)을 판매한다는 공지글이 게시된 상태다. 1GSC당 200원인데 회사 보유분을 100~120원 가량에 살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일제강 주식보다 암호화폐를 판매한 것이 더 큰 문제”라며 “150조원을 담보로 대규모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작 돈스코이호 관련자들은 거래소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박성진씨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곳은 싱가포르의 신일이라는 곳이고 현재 신일그룹과는 경영진도 다른 별개의 기업”이라며 “돈스코이호 인양과 암호화폐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와 싱가포르측에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고 홈페이지도 폐쇄했다”고 설명했다. 신일그룹은 이후 새로운 별도 홈페이지를 만들어 돈스코이호에 대한 소개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관계가 없다고 밝힌 돈스코이호 홈페이에서도 여전히 암호화폐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고, 관련 코인 판매글을 올려 놔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