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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사실상 종료..고민 깊은 3자연합

이승현 기자I 2020.11.17 17:30:05

아시아나 인수 시 조원태, 50%가량 우호지분 확보
자본시장 즉각 반응..한진칼 주가 하루 8.88% 폭락
3자연합, 반대입장 분명히 하며 대응책 마련 분주
신주배정 금지 소송 제기할 듯..출구전략도 고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가 하루 지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로 약 1년간 끌어온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 참여로 조원태 회장측이 절반 가량의 우호지분을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연합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한진칼 주가 8.88% 하락..경영권 분쟁 종료 영향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재계와 자본시장에서는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끝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날 한진칼의 주가는 8.88%(7300원) 떨어진 7만4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평소 3만~4만원대를 유지하던 한진칼 주가는 지난해 연말 경영권 분쟁이 발발하자 폭등했고, 3자연합이 활발하게 주식 매집에 나선 4월에는 11만1000원까지 올랐다. 그 후 3자연합의 활동이 뜸해지자 7만~8만원대로 떨어졌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 따라 주가가 움직인 것이다. 최근에도 경영권 분쟁이 끝났다고 판단한 주주들이 한진칼 주식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에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끝났다고 판단한 이유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지분 10.7%를 확보하게 되면서 조 회장측이 우호지분을 50%에 근접하게 늘리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주주연합이 보유한 지분은 46.71%다. 내년 상반기에 아시아나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산은의 지분 보유로 조 회장 측 지분율은 41.1%에서 48.4%로, 3자 연합 지분율은 46.7%에서 41.7%로 줄어든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지분 약 10.7%를 확보함에 따라 조원태 회장 측이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다”며 “주주연합과 한진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료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같은 시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으로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며 “3자연합의 반대가 거세겠지만 대세를 뒤집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진그룹 경영정상화를 위한 3자연합을 이룬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사진=연합뉴스)


◇신주 배정 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시 인수 작업 차질


3자연합은 이번 인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3자연합은 17일 낸 자료에서 “한진그룹과 산업은행이 발표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민 혈세를 활용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그 숨겨진 본질”이라며 “6% 주주인 조원태 회장이 10%의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결과만 낳을 뿐 다수의 다른 주주를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의 사적이익을 위해 국민혈세 및 주주와 임직원을 희생시키는 이런 시도에 대해 KCGI는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산업은행의 신주 인수가 위법한 것임을 따지는 소송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3자연합 측은 경영권 분쟁이 있는 기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신주 발행을 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를 보면 이같은 취지의 판결이 다수 존재한다.

소송의 관건은 신주 발행의 목적이 무엇이냐다. 산은과 한진그룹 측은 “항공산업 경쟁력 확보”라고 주장하고 있고 3자연합은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라는 입장으로 소송전에서도 이같은 논리 싸움이 팽팽하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3자연합은 신주 배정이 위법하다는 본안 소송과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신주 배정이 멈춰서고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무기한 연기된다”고 설명했다.

3자연합은 이와는 별도로 출구전략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에서 져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막지 못할 경우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할 방법이 없어서다. 하지만 46.71%란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처분이 쉽지 않다. 자본시장에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들고 있는 6.31% 지분을 제외한 KCGI(20.34%)와 반도건설(20.06%)이 갖고 있는 40.4%의 지분을 한꺼번에 시장에 내다 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한진칼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한 측의 지분이 오버행으로 전환되면 주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박용진·민병덕·민형배·송재호·오기형·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분쟁이 있는 한진칼에 제3자 배정을 통해 자금을 투입하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있는 총수 일가를 지원하는 거래가 될 수 있다”며 “8000억원이라는 국민 혈세가 국가전략산업의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닌 대한항공 총수 일가와 아시아나항공에 책임있는 대주주 및 채권단을 위해 사용되고 더 나아가 향후 항공산업의 독점에 이용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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