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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간 288만 받았는데, 9월까지 7700만회분 가져오겠다는 정부

박경훈 기자I 2021.07.15 17:51:40

16일부터 8월 말까지 3500만회분 공급 예정
이달 매주 400만회분씩, 800만회분 들어와야
백신 확보 경쟁 심해져, 계약대로 실현될지 의문
9월 4200만회분 도입, 노바백스 승인 신청조차 안 해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백신 부족에 따른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는 예정된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당장 지난 12일 발생한 55~59세 코로나 백신 사전예약 시스템 오류 원인도 백신보유물량 부족이 원인이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7월 말까지 도입키로 한 백신 물량(1000만회분)은 차질 없을 뿐만 아니라 9월 말까지 코로나19 백신 7700만회분 공급 계획까지 발표했다.

정부의 이같은 행보에 국민들은 실제 인천공항에 백신이 도착하기 전까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연이은 백신 공급 실책을 지적하며 가시화된 성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회 상주 인원들에 대한 코로나19 전수검사가 실시된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운동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검사 희망자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정부 “제약사와 협의 된 상태”…주별 공급물량은 또 협의?

이달 국내에 들어올 백신 물량은 총 1000만회분. 15일 현재 국내에 실제 들어온 백신은 화이자 212만 7000회분(이스라엘로부터 받은 화이자 70만회분 포함)과 모더나 75만회분 등 총 288만회분에 불과하다. 나머지 기간 동안 800만회분이 들어와야 한다. 산술적으로 매주 약 400만회분이 국내에 들어와야 한다.

백영하 범정부 백신도입 TF 백신도입총괄팀장은 15일 “7월 도입 예정인 1000만회분은 7월 말까지 전량 도입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설명을 믿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반응이다.

이런 가운데 배경택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추진단) 대외협력총괄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오는 16일부터 8월 말까지 약 3500만회분의 백신이 공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중 공개한 백신은 코백스를 통해 공급받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83만 5000회분, 얀센 백신 10만 1000회분 등 93만 6000회분에 불과하다. 나머지 3400만여회분은 정부가 개별 계약한 AZ, 화이자, 모더나 백신이지만 제약사와의 ‘비밀유지협약’때문에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물론 단시간 내에 대량 공급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AZ 백신의 경우 지난달 1일 87만 9000회분, 3일 85만 3000회분, 4일 87만 4000회분(상반기 마지막 물량) 등 260만 6000회분이 4일 만에 한꺼번에 공급되기도 했다. 다만 해당 백신은 국내 공장(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에서 생산된 백신이라 수급에 상대적으로 유리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추진단이 이날 밝힌 계획에 있는 백신들은 전량 외국에서 생산되는 백신이다. 외국에서 생산하는 백신은 주마다 구체적 공급일정이 정해지다 보니 비정기적으로 한국 땅에 도착하기를 반복했다.

백 팀장도 “8월 월별 물량에 대해서는 제약사와 협의가 된 상태”라면서도 “구체적인 공급량과 주별 공급 물량에 대해서는 이후에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변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특히 ‘델타 변이’의 확산 등으로 화이자·모더나 등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 백신 확보 경쟁은 더욱 심해져 지난해 말 계약 당시 상황이 그대로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자료=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
“국민, 계획대로 들어오는지만 궁금”

더욱이 방역당국은 이날 9월 한 달에만 4200만회분을 국내에 도입하겠다는 계획인데 국내 생산 예정인 노바백스와 관련한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노바백스는 우리 정부와 4000만회분 공급을 계약하면서 하반기부터 국내생산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바백스는 아직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정식승인 신청조차 하지 않고 있다. FDA가 향후 출시를 앞둔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정식승인 절차인 ‘생물학적 제제 품목허가’(BLA) 진행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BLA 승인은 통상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노바백스가 한국에서 정식승인 신청을 하지 않는 한 공급일정은 차일피일 늦어질 수밖에 없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민들은 비밀유지협약을 준수하면서 ‘법적 책임’을 지는 걸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계획대로 들어오고 있는지만 궁금한데 그동안 공급일정이 반복적으로 어긋나다 보니 불신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방역당국이 신뢰도를 높이려면 언제, 어느 회사의 백신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더 정확하게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14일 오후 8시부터 재개한 55~59세 사전예약은 이날 낮 12시까지 70만여명이 예약을 마쳤다. 지난 12일 사전예약을 마감한 약 185만명을 포함해 총 253만 3080명이 접수를 끝마쳐 전체 예약률은 71.3%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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