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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상환만 늘면 ELS시장 호황?…여전히 망설이는 투자자(종합)

최정희 기자I 2017.04.04 17:03:33

올 1분기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3.7조 더 많아
수익률 등 투자여건 나빠져…절반만 재투자
숙려제 도입에 `ELS 청약기간` 짧아져 투자 제한

(출처: 마켓포인트)공·사모 합산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올 들어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급등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의 조기상환 금액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행금액도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ELS 발행액이 상환액을 못 따라가는 현실이다. 실제로 ELS를 발행하는 증권사에선 ELS 재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민하는 등 투자심리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더구나 이달부터 70세 이상 또는 투자성향이 ELS에 부적합한 투자자는 청약기간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투자여건 또한 악화됐다.

◇ 조기상환비율 90%인데 재투자는 ‘잘 안 되네’

4일 마켓포인트가 개발한 ELS(공·사모 합산, 원금비보장 스텝다운형) 데이터에 따르면 22개 증권사의 지난달 ELS 순발행액은 마이너스(-) 1조6828억원을 기록했다. 순발행액은 지난해 12월 이후 넉달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1분기에만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3조7000억원이나 많았다. ELS 상환액이 급증하면서 발행액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발행액이 상환액을 못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ELS 상환액은 8조8321억원으로 1년전보다 무려 5.7배 급증했으나 발행액은 7조1494억원으로 2.2배 늘어나는데 그쳤다.

순발행액은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차감한 것으로 ELS에선 그동안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ELS시장의 흐름(flow)을 읽는데는 기존 누적 개념의 미상환잔액(누적 발행액에서 누적 상환액 차감)보다 더 유효하단 평가다. 이는 조기상환이 급증해 원금과 함께 수익을 얻은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재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ELS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전체 ELS상환금액 중 조기상환 비율은 무려 93%에 달해 작년 1분기(53.6%)보다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과거 홍콩 H지수 급락으로 원금 손실을 맛봤던 탓에 ELS투자금을 조기상환 받아도 이를 다시 ELS에 재투자하지 않는단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S가 조기상환되고 있으나 50% 가량은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H지수 급락에) 아픈 기억이 있던 투자자들은 ELS 대신 다른 상품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출처: 마켓포인트)


◇ ‘숙려제도’ 도입에 투자여건 더 나빠져

실제 ELS의 투자여건은 더 나빠졌다. 지난해 연 7~9%까지 제시했던 ELS수익률은 최근 들어 5~6% 수준으로 낮아졌다. 같은 6%대 수익률이라도 기초자산 구성이 두 개에서 세 개로 늘어나는 등 리스크가 커졌다.

미래에셋대우(006800)의 경우 지난해 4월초 발행된 홍콩 항셍지수와 유로스탁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연 6.40%의 수익률을 제시했으나 이달 5일부터 모집하는 ELS의 경우 기초자산에 니케이225지수를 추가하고도 수익률은 연 4.2%에 불과했다. 두 ELS 모두 3년 만기에 6개월 조기상환(기초자산의 85%-85%-85%-80%-80%-만기 80%) 및 낙인(45%) 조건이 모두 같은 데도 기초자산의 변동성 약화에 수익률이 하락한 것이다. 조기상환율이 증가하면서 실제 받게 되는 수익률이 낮아진 측면도 있다. 올 1분기 평균 조기상환 수익률(공모 기준)은 연 3.84%로 1년전 5.56%보다 하락했다. 또 기초자산이 되는 글로벌 증시들이 올해 초 크게 오른 만큼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단 점에서도 ELS에 투자하기 적당한 시점이 아니란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3일부터 ELS 숙려기간이 도입되면서 70세 이상 투자자나 안전자산 선호가 높은 ELS 부적합투자자는 ELS 청약기간이 남들보다 이틀 짧아졌다. 은행에선 같은 조건의 ELS 상품을 5영업일간, 증권사에선 3영업일간 판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투자자의 ELS 청약기간은 1~3일로 짧아지는 것이다. 특히 ELS가 고위험 상품인 반면 투자성향 조사시 고위험투자군으로 분류되는 투자자가 적은 편이기 때문에 사실상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숙려기간을 적용받아 청약기간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단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한 ELS 가입엔 제한이 없지만 (투자자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며 “투자경험 유무도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투자를 제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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