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박원순 성폭력 고발 1년…피해자 일상 복귀 요원”

이소현 기자I 2021.07.08 19:31:35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사건 공동행동' 성명
권력형 성범죄 맞선 피해자, 성폭력 고발 1년
피소사실 유출·가해자 사망으로 2차 가해 극심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289개 여성·시민단체로 구성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을 고발한 지 1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피해자의 ‘일상으로의 복귀’는 요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2020년 7월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공동행동은 8일 성명을 통해 “중앙지방검찰청에 묶인 원 고소 사건의 수사는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며 “악의적으로 피해자의 신원을 공개한 자들에 대한 기소도 진척이 더디기만 하다”고 강조했다.

이날은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접수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공동행동은 “가해자의 책임 있는 인정과 사죄, 법의 정의로운 심판을 바라며 진실을 밝히고자 한 피해자의 용기는 피소 사실 유출 및 가해자 사망이라는 초유의 상황에도 지난 1년간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피해자의 고소 이후 드러난 문제점도 되짚었다. 우선 피해자의 고소 접수 다음 날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사건의 방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수사기관이 ‘공소권 없음’을 핑계로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끄는 동안 피해자와 변호인, 지원단체에 대한 공격은 나날이 심해졌다”며 “‘무혐의’ 처분을 ‘무죄’로, ‘무고’의 증거로 악용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본 사건을 ‘수사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일로 만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목격했다”고 비판했다.

그나마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가 결정·시행되면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 일부를 규명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공동행동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성폭력 피해 사실의 인정은 물론, 작동하지 않는 조직 내 성폭력 피해자 보호제도, 인지되었지만 ‘관행’으로 지속·반복된 성차별적 괴롭힘, 성 역할 고정관념에 따라 여성에게 요구되는 직무 및 노동환경 등 성폭력을 묵인하고 방조하고 키우는 제도와 조직문화를 지적하고 관련 기관에 시정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4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피해자가 직접 참석해 사건과 관련해 발언할 예정이지만 언론 노출은 동의하지 않았다.(사진=공동취재단)
특히 잇달아 발생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성범죄에 대한 반성이나 피해자 인권보장에 대한 고민은커녕 책임 회피와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던 정치권의 태도를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사건 초기의 ‘피해호소인’ 논쟁, 당헌까지 무리하게 뜯어고치며 임했던 재보궐 선거 등을 통해 우리는 ‘젠더폭력근절’을 내세웠던 여당의 민낯을 목격했다”며 “자당의 성폭력 사건에는 뒷짐 지고 있다가 여성의원들을 앞세워 호통치던 야당의 모습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영 논리에 따라 성폭력 사건을 달리 이해하고 이용하려는 모습은 여·야는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예외가 아니었기에 더 분노스러웠고, 참담했다”고 덧붙였다.

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도 심각했다고 짚었다. 공동행동은 “피해자는 ‘추모’라는 이름으로 사건을 왜곡하고 은폐하려는 시도, ‘피해자’인지 ‘피해호소인’인지 논해보라던 언론사 신입사원 채용 논술 시험, 피해자 개인정보 유출·유포 등 그악한 2차 피해를 겪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1년 전 피해자가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권력형 성범죄에 맞선 것처럼 또 한 걸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피해자는 포기하지 않고 여성과 약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사회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며 “이 걸음에 정부, 국회, 수사기관, 재판부, 정치권, 언론·기업·학교, 정의로운 사회를 원하는 모두가 함께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