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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러시아 추가제재 예고에…러 '카스피 송유관' 차단 응수

고준혁 기자I 2022.03.23 18:58:16

러 정부 "흑해 항구 태풍에 망가졌다" 명분
바이든, 유럽 방문 하루 전 발표…서방제재 대한 '경고'로 해석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24일(현지시간) 유럽 순방 때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자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 등에 원유를 공급하는 카스피 송유관을 차단했다. 태풍 탓에 원유 수출항이 망가졌단 명분을 제시했지만, 전문가들은 “유럽의 원유 수입 금지 제재 동참 전 러시아가 보복 행동과 경고를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러시아, 미국 합작사인 카스피안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가 카자흐스탄 텡기스 평원에 있는 유전에서 추출한 원유를 선적하는 곳인 러시아 흑해 연안의 노보로시크 항구 도시. (사진=AFP)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타스 통신을 인용해 러시아 에너지 차관이 흑해에 있는 항구가 태풍으로 망가져 원유 수출이 두 달간 큰 폭 줄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전체 선적량의 약 3분의 2가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하루 기준으로 최대 140만배럴이 배에 실리는 것을 감안하면 약 100만배럴이 감소한단 것이다. 흑해를 통해 수출되는 원유는 카스피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이란 회사가 추출한 것이다.

CPC는 카자흐스탄 서부의 텡기스 평원에 있는 유전에서부터 원유를 추출한 뒤 약 1500㎞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 흑해 연안 노보로시스크 항구 도시로 보낸다. 항구에서 원유는 배로 옮겨져 세계 각국으로 수출된다. 러시아 에너지 차관의 얘기는 항구 파손으로 이 단계를 진행할 수 없어 수출을 잠정 중단할 수밖에 없단 것이다.

CPC엔 러시아 정부와 미국의 거대 석유기업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지분 24%를 차지해 최대주주다. 셰브론과 엑손 모빌은 각각 15%, 7%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러시아 국영 기업인 로스네프트와 미국 기업 셸의 조인트벤처(JV)가 7.5%의 지분을 갖고 있다. CPC는 결국 카자흐스탄에 있는 원유를 추출하는 러시아와 미국이 각각 1대, 2대 주주로 있는 합작사인 것이다.

일각에선 항구 파손은 명분일뿐 진짜 이유는 서방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CPC의 최대주주이면서 항구가 있는 노보로시크도 자국 영토다. 미국 측은 항구 상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 가운데, CPC 원유는 받고 있다. 러시아의 손을 거친 원유지만 카자흐스탄산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가 CPC의 원유 수출량 감소를 발표한 시기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럽 국가들을 만나기 하루 전이란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실제 CPC는 태풍으로 손상된 항구 상황을 성명을 통해 전하면서 서방의 제재로 인한 현재 상황이 복구를 늦추고 있다며 미국을 겨냥한 비난을 덧붙였다. 클리어뷰 에너지 리서치 기업은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원유 수출 규제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러시아가 스스로 서방에 보내는 원유를 차단하는 것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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