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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공매도 95% 외국인…처벌은 `솜방망이`

양희동 기자I 2020.10.12 18:58:21

최근 4년간 1713억 불법 공매도…과태료 89억 불과
與김병욱 의원, 무차입 공매도 95% 외국인 지적
은성수 위원장 "투명성 제고 측면서 신중히 검토"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최근 4년 간 외국계 기관이 국내에서 저지른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 적발 규모가 1713억원에 이르지만, 이들에게 부과한 과태료는 89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무차입 공매도 탓에 전체 시장 참여자의 60~70%에 달하는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입고 있는만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 겸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의원(성남시 분당구을)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 ‘최근 4년 간 공매도 위반 조치 현황’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이뤄진 제재는 총 32건으로 그 중 31건이 외국계 금융사·연기금 대상이었다. 31건 중 3건은 주의 조처가 내려졌고 24건은 1억원 이하(750만~7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1억원 이상(1억 2000만~75억 480만원) 과태료 부과는 4건에 불과했다. 규모가 가장 큰 75억 480만원은 골드만삭스가 2018년 받은 징계 과태료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미리 내다 파는 투자 기법이다. 주식을 먼저 빌린 뒤에 공매도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무차입 공매도는 현행법상 엄격하게 금지된다. 결제 불이행으로 이어지거나 투기에 활용될 위험이 크고 과도한 주가 하락을 일으켜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병욱 의원은 “위법 동기(고의성 여부)와 무차입 공매도 횟수 등을 고려해 과태료를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시장 질서를 교란한 것에 비해 제재가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며 “직원 등의 착오·실수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엄중하게 조치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시장참여자의 목소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외국계 기관 3곳은 2017년부터 지난달 사이에만 각각 2차례씩 무차입 공매도로 제재를 받았다. 그러나 2010년부터 지난달까지 10년 간 불법 공매도 제재가 105건에 이를 정도로 위법행위가 근절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김 의원은 불법 공매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최대 3배까지(이익 산정이 곤란한 경우 10억원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는 해외 주식시장과 달리 개인들의 비중이 60~70%로 높은데 공매도 시장은 이와 반대로 60~70%가 외국인”이라며 “주식시장은 철저하게 전산화 돼 운영되는데도 공매도 시장은 전화나 채팅 등 깜깜이로 이루어져 개인들의 불만과 불신을 자초했고, 무차입공매도의 95%가 외국인임에도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 국정감사에 출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불법 공매도 제재 취지는 공감했지만, 금융당국의 적극적 개입에 따른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 위원장은 “투명성 제고 측면에선 그렇지만 공매도를 위한 차입도 있고 다른 용도도 있어서 전부 신고하라고 하면 내년에 규제완화 해달라고 올 수도 있다”며 “외국인을 보호하거나 숨기는 건 아니고 현장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 금융위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부분도 있어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은 위원장은 이날 내년 3월 15일까지 추가 연장한 ‘공매도 금지’에 대해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가급적 빨리 (추가 조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료=김병욱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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