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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상영업하나 했더니"…헬스장·학원 등 '이태원발 코로나'에 울상

김보겸 기자I 2020.05.11 17:32:44

이태원 클럽 나비효과…전국으로 퍼진 확진자
헬스장 2차감염 소식에 '무기한 휴업' 결정
"정부 지원금으로 학원비 내세요" 광고도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영업 쉬는 두 달 동안 페인트칠도 새로 하고, 오늘 헬스장 찾는 회원들에게 사용하려고 방역 소독기랑 체온계도 준비해 뒀는데…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으로 다 도루묵 됐죠.”

생활방역으로 전환을 맞아 정상영업을 준비한 자영업자들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장 6일 동안 이어진 ‘황금연휴’ 기간에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발생, 2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1일 오후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86명이다.

11일 경기 고양시 한 헬스장. 이날 정상영업을 하려 체온계를 준비했던 이 헬스장은 이태원발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에 무기한 휴업을 결정했다 (사진=김보겸 기자)
◇“이웃 주민이 ‘이태원 클러버’면 어쩌죠”…휴업 나선 헬스장

11일 경기 고양시의 한 헬스장. 이날 이 헬스장은 두 달 만에 정상영업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진 황금연휴 이후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났다. 결국 이 헬스장은 전날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급하게 ‘무기한 휴무’를 공지했다.

헬스장 관계자는 “이태원 클럽에 갔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우리 동네에 살 수 있기 때문에 문을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어제(1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유흥시설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는데, 헬스장은 유흥시설은 아니지만 밀접접촉 가능성이 있어 안전을 위해 휴업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잠복기를 고려해 2주 정도 상황을 더 지켜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확인된 이태원 클럽 확진자는 전국에 퍼져 있다. 서울에서 51명, 경기에서 21명, 인천 7명, 충북 5명, 부산과 제주에서 각각 1명씩 확진됐다. 게다가 서울 동작구에서는 지난 2일 이태원 클럽에 방문했다 양성판정을 받은 30대 남성이 다녀간 헬스장에서 추가 확진자 2명이 나오기도 했다. 방역당국은 이들이 해당 남성에게서 옮은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헬스장이 텅 빈 모습 (사진=김보겸 기자)
◇원생 모으려 ‘제로페이·지역화폐 사용처’ 광고도

학원가 역시도 다시 고개 드는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울 잠실에서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는 A씨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제일 먼저 줄이는 게 (다니지 않아도 그만인) 피아노나 미술학원비라는 말을 체감한다”고 했다. 이 학원은 ‘제로페이 가맹점’, ‘송파사랑상품권 사용 가능’ 등의 광고를 하며 학원비가 부담되는 원생들 붙잡기에 나섰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재난지원금으로 학원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원 클럽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확진자가 이용한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블랙수면방’ 인근에서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B씨는 “강남에서 학원 하면서 (코로나19 때문에) 운영이 힘들다는 말을 하면 ‘배부른 소리 한다’며 욕 먹기 일쑤지만 월세에 타격이 있는 건 확실하다”며 “코로나19에 찜질방(블랙수면방) 감염까지 터져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한편 오는 13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 개학을 앞둔 상황에서 이태원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개학을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고3 학생들의 등교를 일주일 미루자고 정부에 건의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같은 날 오후 3시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등교 연기 여부를 논의 중이다.

`코로나19`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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