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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자재, 화마 키운 드라이비트 "영세업체 난립 결과"

박경훈 기자I 2017.12.21 22:07:55

드라이비트 공법이라고 모두 불에 잘 타는 것 아냐
불 확산 속도 낮추는 난연재 스티로폼, 불연재 글라스올 등 시판 중
업계 200여곳 대부분 영세, 가격 경쟁으로 질 낮은 제품 쓴 듯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피트니스센터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제천 화재 사건을 ‘참사’로 키운 건 드라이비트 외벽 소재가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관련 외장재 업계는 난립한 영세업체 간 가격 경쟁으로 질 낮은 스티로폼 외장재를 건축물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1일 충북 제천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난 대형 화재로 오후 9시30분 현재 29명이 사망했다.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은 삽시간에 맨 위층(9층) 전체로 번졌다. 건물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2~3층 목욕탕에 있던 사람들을 불과 연기를 피할 새도 없이 질식한 것으로 추정한다.

제천시청에 따르면 해당 스포츠센터의 외벽 마감재는 드라이비트 소재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법은 건물 외벽 콘크리트 위에 스티로폼을 붙이고 시멘트를 덧바르는 간단한 공법이다. 가격은 일반적인 외장재의 4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시공 속도도 빠르고 단열효과도 타 공법보다 훌륭하지만 불을 빠르게 확산하고 유독가스 역시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불길을 수직으로 빠르게 확산시킨다.

드라이비트 마감재는 지난 2015년 1월 5명의 사망자를 낳은 ‘의정부 화재 참사’ 당시 건물에도 사용됐다. 당시에도 1층에서 시작된 불은 10층까지 외벽을 타고 급속히 퍼졌다.

건축 패널용 외장재 업계는 예견된 사고였다는 평을 내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드라이비트 공법이라고 다 제천 참사와 같은 스티로폼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불의 확산속도를 낮추는 난연재 스티로폼, 준불연재인 우레탄, 불연재인 글라스올 등 다양한 소재가 시판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관련 업계 대부분이 영세하다는 것. 업계에 따르면 샌드위치 패널로 대표되는 건축 패널용 외장재 업체는 전국 200여개로 추정된다.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원가 싸움이 치열하고 결국 이와 같은 참사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법규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가연성 외장재로 인한 대형 화재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규정이 촘촘한 내부 마감재에 비해 외부 마감재의 규제는 매우 허술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외부 마감재에 대한 규제는 다중이용업소와 30층 이상의 공동주택에 한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2015년 한 언론에 “초고층 건물이 아닌 저층 공동주택에 대해서도 밀집 정도 등 특성을 감안해 외장재에 대한 추가 규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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