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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공택지 '선시공 후분양' 건설사 인센티브 준다

성문재 기자I 2017.07.19 17:09:38

선분양제로 인한 투기수요 폐해 차단 목적
공공택지부터 후분양 활성화안 연내 마련
참여정부 후 13년만에 후분양 활성화 재도전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정부가 공공택지에 ‘선시공 후분양’으로 아파트를 공급하는 건설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후분양제를 갑자기 의무화할 경우 시장에 나타날 수 있는 공급 절벽 우려를 최소화하면서 투기 수요를 차단해 나가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검토가 향후 아파트 후분양제 시행을 위한 첫 단계라고 보고 있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19일 “건설사가 공공택지에 주택을 분양할 때 일정 비율을 후분양으로 공급하겠다고 하면 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후분양제의 긍정적인 측면과 이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대의에 새 정부도 뜻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분양제도는 선분양과 반대로 건설사가 주택을 거의 다 지은 뒤에 입주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박 실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여러 정책들을 구상하고 있다”며 “종합적으로 정리해서 연내에 (후분양 시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의 집값 상승은 투기·투자적 수요가 급증한 때문”이라며 “투기 수요에 의한 집값 상승은 확실히 제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카드 중 하나로 공공택지 분양 시 후분양 물량을 일정 수준 이상 약속한 사업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건설사가 소비자로부터 자금을 확보해 주택을 독점적으로 대량 공급하는 제도인 선분양제는 건설자금을 조기에 확보함으로써 주택 공급을 촉진하는 장점이 있지만 소비자의 주택 선택권을 제한하고 분양권 전매를 통해 투기를 야기시키는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2012년 홍종학 의원에 이어 작년 말과 올해 초 정동영 의원, 윤영일 의원이 각각 후분양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지난달 취임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투기세력의 시장 교란을 차단하고 실수요자를 위한 양질의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충분히 공급해 주택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다만 이번 인센티브 방안을 테스트 차원에서 시도해 시장 및 업계의 반응 등을 살펴보고 추후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박 실장은 “민간에 처음부터 강제하고 의무화하기 보다는 공공부문이 솔선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계획”이라며 “공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지 등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분양과 후분양을 놓고 보면 후분양을 훨씬 활성화해야 하지만 일시에 하기보다는 일정 기간 병립하면서 시장에서 평가받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후분양을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중앙정부의 후분양 활성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3월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연두 업무보고 자리에서 “목표연도를 세워 단계적으로 후분양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해 이듬해 2월 아파트 후분양 활성화 방안이 마련됐다. 그러나 당시 후분양제 도입 때 집값 상승이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 지연되다 이명박 정부로 넘어가면서 결국 폐기된 바 있다. 참여정부가 이루지 못한 후분양 활성화 꿈을 13년 만에 문재인 정부가 다시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2006년 오세훈 시장 시절 후분양 도입을 선언하고 2007년부터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통해 공공아파트를 80% 완공 후 분양하고 있다. 이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인 2011년 11월에 후분양 시점을 80% 완공에서 60% 완공으로 단축한 바 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팀장은 “공공기관인 LH가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것은 법 개정 없이 국토부 의지로 할 수 있다”며 “공공택지를 민간에 팔지 말고 LH나 SH공사, 협동조합 등 비영리단체를 통해 후분양 공공아파트로 공급하는 것이 서민들에게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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