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구하고 조선업 살리자”…어선뉴딜 첫 발 뗐다

최훈길 기자I 2020.12.22 16:51:48

해수부·해양교통안전공단, 표준어선형 설계 시상
어선 현대화 ‘롤모델’ 제시, 해수부 고시 내주 시행
이연승 “어민 생명·인권·지역경제 살리는 시발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안전에 취약한 어선을 현대화하는 이른바 ‘어선뉴딜’이 본격 추진된다. 화장실도 없는 열악한 어선을 바꿔 안전 강화, 선원 복지·인권 개선, 지역 조선업 활성화까지 일석삼조 프로젝트다.

해양수산부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회 표준어선형 설계 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부산대 백주호 학생, 김현수 대한조선학회장, 추연우 홍익대 학생, 문성혁 해수부 장관, 고경헌 김녕선박설계 대표, 이연승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강민호 태양조선 대표, 박기완 세종선박기술 대표 모습. 해양수산부 제공
해양수산부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문성혁 해수부 장관, 이연승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표준어선형 설계 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했다. 다음 주로 예정된 ‘안전복지를 강화한 표준어선형에 관한 기준’ 해수부 고시 시행을 앞두고, 어선 현대화를 위한 표준어선형 ‘롤모델’을 공개한 것이다.

김녕선박설계(대표 고경헌)가 안전성, 복지여건 개선, 조업 편의성, 설계 혁신성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대상인 해수부장관상을 받았다. 태양조선(대표 강민호)과 홍익대 추연우 학생 등은 최우수상을, 세종선박기술(대표 박기완)과 부산대 백주호 학생 등은 우수상을 수상했다.

표준어선형 도입은 어선 현대화를 위한 첫발을 떼는 시도다. 현재는 어선별 허가톤수 규제에 따라 어선 길이·공간을 제한하고 있다. 어민들은 한정된 공간에서 어획 보관 공간을 늘리기 위해 화장실 등 나머지 공간을 없앴고 불법 증·개축을 했다. 이 때문에 영화 ‘기생충’의 지하실처럼 주거공간인 선원실이 갑판 아래로 밀려났다. 기형적인 불법 구조 때문에 선박 안전은 더 취약해졌고 조업 환경은 더 열악해졌다.

내달부터 표준어선형 고시가 시행돼 제대로 정착되면 이같은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선원실·화장실·조리실 등 복지공간은 허가톤수 규제에서 제외해 갑판 위에 복지공간(톤급별로 45% 이내)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선미 부력부를 포함해 21m(9.77t 어선 기준)까지 어선을 증설할 수 있다.

다만 복원성 검사를 길이 24m 미만 어선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해 안전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최소 1만척 이상이 표준어선형을 도입해 어선 현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연승 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표준어선형 제도 도입은 어선 안전·어민 생명, 선원 복지·인권, 조선업을 비롯한 지역경제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시발점”이라며 “표준어선형 제도 도입을 시작으로 낡은 어선을 대대적으로 현대화하는 ‘어선 뉴딜’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표준어선형’ 제도 도입 전인 현재는 소형어선에 화장실도 없고 천막으로 간이 휴게실을 만드는 실정이다. [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표준어선형 제도가 시행되고 어선이 현대화 되면 어선 갑판 위에 화장실, 조리실 등 복지공간이 증설될 수 있다. 현재 갑판 아래에 위치한 선원실이 갑판 위로 올라올 수 있어 비상 탈출도 수월해진다. [사진=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어선 사고·인명 피해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어선 사고는 2014년 1029건에서 2019년 2134건으로 5년 새 2배 넘게 늘어났다. 어선 인명 피해도 같은 기간에 309명에서 450명으로 46% 증가했다. 인명 피해는 사망·실종·부상 인원을 합산한 결과다. 단위=건, 명 [자료=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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