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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세에 다급해진 정부…피해업종지원·적용제외추진 `총력전`

문승관 기자I 2021.07.15 17:40:39

2030년 철강 품목 4000억~5500억원 추가 부담금 내야 해
정부 “RE100· RPS 등 탈탄소 제도, EU가 인정하도록 요구”
“배출권 가격 기타비용 부담 모두 인증서 대상서 제외할 것”
철강업계 친환경 공정전환 R&D 등 지원 위해 ‘1조+α’ 투입

[이데일리 문승관 김상윤 기자]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유럽연합(EU)이 전 세계를 상대로 `탄소 청구서`를 꺼내 들었다. 14일(현지시간) EU가 발표한 탄소국경조정제도는 EU로 수출하는 제품의 탄소함유량에 EU ETS(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계해 탄소가격을 부과·징수하는 방식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4일(현지시각) 회원국 밖에서 수입되는 제품에도 탄소 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획기적인 탄소배출 감축 계획인 ‘핏 포 55’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AFP)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등 5개 품목에 대해 2023년부터 우선 적용하는데 EU에 수출하려면 탄소 부담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우리나라는 철강·알루미늄 기업이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출물량 측면에서 철강이 직격탄을 맞아 2030년 4000억~5500억원 상당의 부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 EU수출액의 5~16%에 달하는 규모다. 자동차업종 역시 2035년부터는 휘발유, 디젤 등 내연기관을 수출할 수 없어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전환에 속도 더 올려야 할 상황이다.

EU發 ‘탄소청구서’ 날아온다…발등에 불 떨어진 철강업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으로 우리나라는 철강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EU가 발표한 CBAM은 EU 내 생산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대해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EU 내 제조업체가 탄소비용 부담으로 가격경쟁력에서 떨어지자 역차별을 막기 위해 마련한 조치다. 다른 나라로서는 일종의 새로운 ‘무역장벽’이 된 셈이다.

EU는 관세 성격의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식이 아닌 ETS(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결해 탄소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EU 제조업체는 탄소배출량이 EU 내 규정한 기준보다 많으면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해외 수출업체에도 예외 없이 적용한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품목은 그만큼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추가 비용 부담 탓에 제품 경쟁력이 떨어진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철강품목의 대 EU 수출액은 15억2300만달러, 수출물량은 221만3680t으로 5개 품목 중 가장 많다. EY한영회계법인은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3년 EU가 탄소 관련 비용을 t당 30.6달러로 부과하면 철강업계는 약 1억4190만달러(1600억원)의 탄소국경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수출액의 약 5%에 달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탄소배출권 가격이 뛰고 있어 관련 비용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린피스가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탄소비용을 t당 75달러로 적용하면 국내 철강업계는 3억4770만달러(3999억원)를 부담해야 한다. EU집행부는 2030년 탄소배출권 금액이 1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경우 철강업계가 부담할 비용은 4억7280만달러(5438억원)까지 치솟는다. 수출액 대비 16.67%에 달하는 규모다. 철강업계도 탄소중립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 뾰족한 수가 없다. 제련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나오는 탄소를 줄이는 방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부가 국내에서 운영 중인 탄소 배출권거래제 등 탄소저감제도를 근거로 EU 제도 적용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탄소배출을 감소시키는 기술혁신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오른쪽)이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철강·알루미늄 기업 임원들과 화상간담회를 갖고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피해 최소화 위해 총력 대응 나서

정부도 CBAM에 따른 국내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기로 했다. 배출권거래제(ETS)를 시행하고 있는 국내 산업계가 EU 추가 규제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협상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RE100과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등 기존 탈탄소 관련 제도를 CBAM 인증서 수량 감면에 포함할 수 있도록 강력히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가 협상을 맡고, 기재부와 환경부 등이 제도 개선과 우리 측 의견을 결정해 EU에 전달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수입품 원산지에서 탄소가격을 이미 냈다면 그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 수량감면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을 활용해 EU를 설득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이미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고 있어 한국 배출권을 EU 배출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간 배출권거래제와 RE100, RPS 등의 선제적 도입·운영을 통해 탄소중립에 대비해왔고 앞으로도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와 연관된 국내 제도를 점검할 것”이라며 “민관 공동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대응방안을 실시간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이 배출권 이외에 부담하고 있는 비용 또한 CBAM 인증서 수량 감면을 받도록 협상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요금에 환경부담금까지 포함해 내고 있고 석유 구매시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어 이 부분을 협상테이블에 올려 EU 측에 강력히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산업·에너지 부문 탄소감축 기술 연구개발(R&D)에 오는 2030년까지 5조원을 투입하기로 하고 CBAM의 직격탄을 맞을 철강업계에 대해 최소 1조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오는 9월께 기술로드맵을 포함한 탄소중립R&D 전략을 수립해 발표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에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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