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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한 시내버스나 마을버스를 교체하는 경우 저상버스로 바꿔야 한다는 점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마련됐지만, 한계점이 여전해 새해부터 투쟁에 나설 수 없었다는 게 전장연 측 설명이다. 앞서 이날 오전 8시에도 전장연 측은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21일차 선전전을 진행했다.
이형숙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환승역마다 엘리베이터를 정기 점검한 탓에 휠체어를 타고 기자회견을 하러 광화문역까지 오는데도 험난했다”며 “장애인의 이동 권리가 매우 열악하다”고 호소했다.
전장연은 “오이도역 장애인리프트 추락 참사 이후 장애인이동권 투쟁의 20년, 교통약자법 제정 15년 만에 또 다른 의미 있는 변화를 담은 개정안”이라면서도 “지속적인 투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통약자법 개정안은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는 맞지만,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는 제외됐다. 또 도로의 구조·시설 등이 저상버스 운행에 적합하지 않을 때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저상버스를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이 있어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게다가 특별교통수단 운영비도 국가 지원의 근거를 만들었지만, ‘해야 한다’를 ‘할 수 있다’로 후퇴해 의무가 아닌 임의규정이 됐다.
아울러 전장연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 △장애인 평생교육법 등 해를 넘긴 법안들의 통과도 촉구했다.
전장연 측은 전동 휠체어를 타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시작해 서대문역을 거처 충정로, 애오개, 공덕, 마포, 여의나루, 여의도역까지 지하철 승하차를 반복하는 기습 시위도 진행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예산 없이 장애인 권리 없다”며 “누구나 다치고 병들어간다. 이동권 보장을 통해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교통약자가 모두가 함께 편리하고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운행 지연에 장애인 시위를 바라보는 시민들 반응은 엇갈렸다. 대학생 김모(22)씨는 “오죽하면 저러겠나”라며 “모든 사람의 이동권 보장은 내 하루 지각보다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의도역 부근 직장인 박모(31)씨는 “남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요구해야 하는 사정은 딱하지만, 사람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 시위가 집중되다 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