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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프리즘]'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20년 전 가해자에 손배訴 승소 이유는?

이성웅 기자I 2021.08.19 17:50:00

대법, 가해자 상고 기각하고 원고 승소 확정
20년 전 테니스코치로부터 성폭행…2017년 고소
"성폭행으로 인한 트라우마 시점부터 소멸 시효 시작"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우리 민법에선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 시효를 단기 3년, 장기 10년으로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선 소멸 시효 시작의 기준인 ‘기산일’을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 그런데 20년 전 발생한 성폭행 범죄의 손해 배상도 현 시점에서 받을 수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연은 이랬다.

전 테니스선수 김은희 (사진=연합뉴스)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씨는 지난 2001~2002년에 걸쳐 초등학교 테니스 코치였던 A씨로부터 4차례에 걸쳐 성폭력 범행을 당했다. 범행 당시 김 씨는 10세였다. 그러다 지난 2016년 5월 김씨는 우연히 한 테니스 대회에서 A씨를 마주치게 됐고 사건 당시 기억으로 극도의 충격을 받았다. 2개월 후 김씨는 병원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진단을 받았다.

이후 김 씨는 A씨를 고소하기로 마음먹고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증거를 모아 2017년 7월 A씨를 고소했다. 형사재판에서 A씨는 강간치상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 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김 씨는 이어 A씨에게 위자료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에선 A씨의 변론이 없어 김 씨가 승소했다. 2심에선 A씨 측이 범행일을 기준으로 손해배상 채권의 소멸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청구권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김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의 불법 행위로 인한 원고의 손해인 PTSD는 원고가 최초 진단을 받은 2016년 6월 현실화됐다고 봐야 하므로, 이때부터 손해배상청구의 장기 소멸 시효가 시작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9일 열린 상고심에서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뒤늦게 나타나 언제 질환으로 진단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전문가로부터 진단을 받은 때부터 소멸 시효가 진행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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