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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개국공신'에서 '저격수'로…윤석열의 '589일'

이성웅 기자I 2021.03.04 16:01:13

국정원 여론조작 수사로 좌천됐다가 국정농단 특검으로 복귀
文 정부 출범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에 검찰총장까지
검찰총장 취임 후 조국 수사로 정권과 척 지기 시작
지난해 '추-윤 갈등' 이후 중수청 추진에 작심 비판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 589일째인 4일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은 지난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 시행 이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14번째 검찰총장이 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윤 총장은 1991년 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23기로 수료했다. 연수원 동기로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있다.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윤 지검장은 2002년 잠시 변호사로 활동하다 1년 만에 다시 검찰로 돌아왔다.

특히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으면서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던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사건 특검에서 수사팀장을 맡으며 화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 출범 이후 ‘개국공신’ 격인 윤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윤 총장은 특검에서 넘어온 국정 농단 사건에 더해 사법 농단 사건까지 수사를 지휘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윤 총장은 문무일 전 검찰총장의 뒤를 이어 지난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검찰총장에 임명될 당시에도 전임자보다 5기수 아래였던 윤 총장에 대해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고, 검사 60여 명이 항의성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윤 총장이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 것은 검찰총장에 임명되고 3개월 후부터였다. 윤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기 시작하면서다. 또 청와대의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부당 평가 의혹 등 정권의 ‘아킬레스 건’이 될 수 있는 수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현 정권과 등을 돌렸다.

조 전 장관에 이어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면서 정권과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추 전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 인사를 단행하며 노골적으로 윤 총장 견제에 들어갔다. 윤 총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검사들에게 좌천성 인사를 내는 한편, 친정부·개혁 성향을 가진 검사들을 법무부와 대검 등 요직에 앉혔다. 아울러 윤 총장에 대해 총 6건의 수사지휘권도 발동했다.

급기야 추 전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해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감찰 방해 등 6가지 이유를 들어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청구했다. 윤 총장은 곧바로 징계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 소송과 집행 정지 신청으로 맞받아쳤다. 법원이 윤 총장의 신청을 인용하면서 윤 총장은 업무에 복귀했고 일명 ‘추-윤 갈등’은 일단락됐다.

올해 들어선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가동되기 시작한 가운데 추 전 장관의 후임으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임명됐다. 박 장관 역시 처음 단행한 검사장급 인사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면서 윤 총장과 약간의 대립각을 세우는 듯 했다. 하지만 이어진 중간 간부 인사에선 윤 총장의 의사를 받아들여 주요 정권 관련 수사팀을 유임시켰다.

지난달부터 여권에선 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골자로 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논의가 시작됐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윤 총장은 지난 2일 이례적으로 언론과 인터뷰하며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직을 100번 걸고서라도 막겠다”고 공언했다.

언론 인터뷰 다음날인 지난 3일 대구고검·지검 방문에서도 중수청 설치를 비판한 윤 총장은 4일 끝내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 만료를 불과 140여 일 앞둔 시점이다.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며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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