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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호황' 미국…주가·경기 신기록 행진

김경민 기자I 2019.07.04 17:07:43

美증시 역대 최고가 행진…121개월 경기 확장 '코앞'
미·중 무역 긴장감 완화에 금리인하 기대감까지 호재
2년 내 미국 경기 둔화 전망…연준 기조 바뀔 수도

사진=AFP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미국이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121개월 연속 경기 확장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고, 주가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문제는 미국만의 ‘호황’이라는 것이다. 미국 외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주가는 신통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어 상생 없는 독주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121개월 연속 경기 확장…주가 최고치 행진

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67% 오른 상승한 26,96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77% 상승한 2,995.8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75% 오른 8,170.23에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물론 S&P 500과 나스닥 모두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국 증시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감이 완화된 것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영향이 크다.

무엇보다 경기 상황이 좋다. 미국은 이달에도 경제 성장세가 계속되면 2009년 6월 이후 121개월 연속 경기 확장 기록을 세우게 된다.

경기 확장이나 위축 여부는 후행적으로 판단되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이번 신기록은 떼놓은 당상이다. 1990년대 10년간 이어졌던 최장기 호황을 뛰어넘는 것이다. 연말까지 최장 호황 기록이 매달 경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 최근 10년간 추이(사진=NYSE, 네이버)
◇ ‘미국만 잘 나간다’…제조업 중심 국가들 피해

문제는 미국에만 국한된 잔치라는 것이다. 증시 수익률만 놓고 봐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연초 대비 다우지수는 현재 15.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2.69%에 불과하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서 2010년 이후 연평균 상승률로 보면 미국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2010년 이후 지난 5월까지 연평균 12.6% 올랐다. 코스피는 1.9%, 영국, 프랑스, 호주, 대만, 홍콩 등 대부분 국가가 2%대를 기록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만 승승장구하는 데는 무역장벽을 쌓고 자국 내 경기부양에 집중한 영향이 크다. 미국은 지난 2012년부터 외국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의 공장들을 미국으로 돌아오게 장려했고, 셰일오일 생산을 본격화하는 등 ‘생산 기지’로의 미국의 입지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반면 이러한 미국의 제조업 진흥책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성장 둔화에 빠져 있는 다른 나라 제조업 경기에 부담을 줬다.

이런 분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첫 대선 도전 당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내걸고 백악관에 입성해 중국을 비롯해 유로존(EU), 멕시코 등에 잇달아 관세 관련 마찰을 빚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 덕을 본 일본과 독일을 제외하면 주요국 중 최근 10년이 행복했던 나라는 거의 없었다. 오직 미국만 좋았다”라며 “미국의 정책 변화가 없다면 글로벌 경제 분위기는 이렇다 할 전환점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잔치는 계속될까…“2년 안에 경기 둔화 전망”

미국의 최장기 호황 행진은 계속될까. 이미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신기록만 세울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는 하지만 당장 경기 상황이 가파르게 나빠질 것은 아니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6월 실시한 조사에서 경기 침체가 올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 경제학자는 4.9%에 불과했다. 거의 절반이 2020년에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고 답한 반면, 37%는 2021년에 경기 침체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센터장은 “미국 경기는 완만한 경착륙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면서 “10년 동안 경기가 팽창했고, 주가가 최장 기간 올랐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수익률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최근 발표된 경기 지표들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는 점, 미·중 무역 전쟁 불안감이 완화됐다는 점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만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 주가 역시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에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상당히 반영돼 있다”며 “그러나 현재 지표들만 놓고 보면 무조건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만약 연준의 분위기가 바뀐다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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