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가 최근 들어 내놓는 신차에 국산 타이어를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산 타이어 업체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국산보다 수입산이 좋다고 판단, 수입산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으니 국산 타이어업체들은 가만히 앉아서 나쁜 이미지를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현대·기아차가 해외판매 물량에 국산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어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한다.
◇GV80·G80·쏘렌토·카니발·스팅어 수입 타이어 사용
현대·기아차가 올 들어 내놓은 신차는 총 7종이다. 이중 수입 타이어만 쓴다고 알려진 차종은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GV80, G80, 기아차 쏘렌토, 카니발, 스팅어 등 5종이다.
구체적으로 따져봤다. 현대자동차 자료에 따르면 제네시스 GV80, G80은 수입 타이어를 쓰는 게 맞다. GV80의 경우 20인치와 22인치는 미쉐린, 19인치는 피렐리 제품을 사용한다. G80도 18인치, 20인치는 피렐리, 19인치는 콘티넨탈 타이어다.
4세대 카니발은 18인치·19인치 모두 굿이어와 콘티넨탈 타이어를 장착했다. 스팅어도 18인치는 브릿지스톤, 19인치는 미쉐린 제품이었다. 쏘렌토는 다른 규격은 콘티넨탈 제품을 사용했고 하이브리드 17인치만 넥센타이어(002350)를 적용했다.
현대차가 출시한 아반떼는 전 차종에 금호타이어(073240) 등 국산 타이어를 쓰고 있고 싼타페의 경우 18인치 타이어는 한국타이어를, 20인치는 콘티넨탈을 장착했다.
이 현황만 놓고 보면 국산 보다는 수입산 비중이 높은 것이 맞다.
|
◇“수입 타이어는 내수에만, 해외판매용에는 국산 쓴다”
이에 대해 타이어업체들은 다른 의견을 내놨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밝히고 각 브랜드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타이어 사용 현황은 내수용 차량에 대한 것”이라며 “해외판매용 차량에는 국산 타이어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에는 수입 타이어를 끼우고 해외에서 판매하는 차에는 국산 타이어를 쓴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판매 차량의 제원에 대해 국내에서 공개할 이유가 없으니 겉으로만 보면 현대·기아차가 수입 타이어만 쓰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차량 판매 중 내수 비중(20%)보다 해외판매 비중(80%)이 월등히 높아 실제 공급되는 타이어 물량은 국산이 수입산보다 많다는 것이 타이어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다른 타이어업체 관계자는 “공급사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어렵지만 국내 3사 모두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물량이 상당하다”고 언급했다.
◇고급화 전략 따라 내수용에 수입 타이어 장착
그렇다면 현대·기아차는 왜 내수용 차량에 수입 타이어를 끼우는 것일까?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고급화 전략에 따라 수입 타이어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현대차 관계자는 “중소형 차량에는 국내산 타이어를, 중대형 차량에는 수입 타이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국내 시장에서도 글로벌 브랜드들과 경쟁하다 보니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타이어를 글로벌 브랜드들이 사용하는 수입 타이어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해외판매용의 경우 굳이 수입산을 끼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 타이어업계의 생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국산 타이어지만 해외에 나가면 다른 수입산 제품과 똑같이 외산 타이어가 되기 때문에 비싼 수입산을 쓸 이유가 없다”며 “게다가 품질면에서도 글로벌 자동차 브랜들이 국산 타이어를 널리 사용하고 있을 만큼 수입산에 비해 뒤쳐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산 타이어 3사는 벤츠, BMW, 포르쉐, 폭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에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
◇수입 타이어, 국산보다 20~30% 비싸..차값 상승 요인
문제는 현대·기아차가 수입 타이어를 사용하면서 차값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별 구체적인 납품단가는 비밀이라 알순 없지만 수입산이 국산에 비해 통상 가격이 20~30% 비싸다”며 “그만큼 차값이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대략 유추해보면 몇십만원 정도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품질 차이가 거의 없지만 좋은 이미지를 얻기 위해 더 비싼 타이어를 쓰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도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현대·기아차의 기류가 달라졌다는 것이 타이어업체들의 전언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와이어링 하니스 등 수입산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으며 자동차 생산이 멈추는 경험을 한 현대·기아차가 공급 안전망 차원에서 국산 부품사용률을 일정 수준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타이어의 경우도 미국 미쉐린 공장의 생산 차질로 인해 그랜저 생산에 문제가 발생한 적도 있다.
타이어업체 관계자는 “올해 들어 현대·기아차로부터 신차 개발 참여 의뢰가 예년보다 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