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검토 의견거절` 대우건설 매각엔 차질 없나

신상건 기자I 2016.11.17 17:15:51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대우건설이 외부감사 회계법인으로부터 이례적으로 `검토 의견거절` 판정을 받으면서 진행되고 있는 매각작업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에 대한 시장 신뢰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매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안진회계법인은 지난 14일 대우건설의 3분기 분기보고서에 대해 검토 의견거절 판정을 내렸다. 외부감사인은 감사대상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 등 네 가지 의견을 낼 수 있는데 의견거절은 이 중 신뢰도 최하 등급에 해당한다. 특히 대우건설 같은 상장한 대기업이 의견거절 판정을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딜로이트안진은 “공사수익·미청구공사·확정계약자산(부채) 등 적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위해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제시 받지 못했다”며 “준공예정원가의 적절한 추정 변경을 위한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바꿔 말하면 대우건설이 제출한 보고서가 미흡해 분식회계 위험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셈이다.

물론 이번 조치가 반기 혹은 연말 결산보고서에 대해 받은 게 아닌 만큼 당장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거래정지, 상장폐지 등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이미 지난해 9월에도 분식회계 논란으로 한 차례 제재를 받았던 만큼 시장 신뢰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신용평가사들은 대우건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NICE평가는 15일 수시평가를 통해 대우건설을 등급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고 같은 날 한국기업평가 역시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게다가 대우건설이 4분기까지도 이같은 상황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연말 결산보고서에서도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로 내몰릴 수 있다.

이렇게 되자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으로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우건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만큼 매각 성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산은은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대우건설 지분(50.75%) 매각을 결정했다. 산은은 내년 10월에 이 펀드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연내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매각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우건설 몸값이 하락하면서 산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의견거절 판정에 대우건설 주가가 이날까지 사흘 연속으로 떨어지면서 18.6%나 추락했다. 현 주가를 감안하면 대우건설 가치는 1조1584억원 수준인데, 이는 산은이 대우건설을 인수·운영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인 3조2000억원과 비교할 때 3분의1 토막에 불과하다. 당장 매각할 경우 2조원에 달하는 손해를 보게 되는 만큼 헐값 매각 논란에 시달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산은이 예정된 매각 일정을 다소 미루더라도 시장 신뢰 회복과 기업가치 제고에 최우선적으로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은 관계자도 “이사회에서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결정했을 뿐 시기 등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매각에 앞서 회계법인 의견거절과 관련된 이슈를 먼저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우건설이 회계법인이 원하는 자료를 제출해 결산보고서에서 감사 `적정`의견을 받는다해도 공사수익이나 준공예정원가 등이 변경돼 이익규모가 크게 줄어든다면 회사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 결국 연말 결산보고서에 대한 감사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 매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