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은행은 지난해 3월 자영업자 D씨에게 담보를 제공받고 3000만원을 대출해 줬다. 그러나 실제 은행 시스템에는 D씨의 담보가 없다고 입력해 정상보다 2.7%포인트 높은 연 8.6% 금리를 부과했고 현재까지 이자 96만원을 더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월 국내에서 영업하는 시중은행 9곳의 대출 금리 산정 체계를 점검한 결과 일부 은행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높은 대출 금리를 부과한 사례를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점검 대상은 국민·기업·농협·부산·신한·우리·하나·한국씨티·SC제일은행 등으로 금감원이 은행 대출 금리 책정 실태를 검사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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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적발한 사례는 대부분 가산 금리를 불공정하게 결정해 소비자 비용 부담이 커진 경우였다. E은행의 경우 올해 1월 자영업자 F씨에게 2100만원을 대출하면서 전산 시스템상 대출 금리(연 9.68%)가 아닌 은행 내규상 최고 금리인 연 13%를 임의로 부과했다. 이 때문에 F씨는 현재까지 이자 28만원을 더 내야 했다. 권창우 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장은 “일부 영업점이 가산 금리를 부당하게 책정한 것은 은행 내부 통제의 문제로 금감원이 직접 제재할 권한은 없다”면서도 “해당 은행들이 고객에게 환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은 대출 금리를 부당하게 매긴 은행 이름이나 환급 대상인 대출자 규모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규정상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인 기관은 나중에 별도로 공시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은행은 대출 상품의 가산 금리와 우대 금리를 주먹구구로 정한 것으로 지적됐다. 가산 금리 구성 요소 중 신용 프리미엄 금리를 주기적으로 재산정하지 않고 몇 년째 같은 값을 적용하거나 경기 불황을 가정해 정상보다 높은 수치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대출자가 신용도가 상승했다며 금리 인하를 신청하자 신용 프리미엄 가산 금리를 낮추면서 기존 우대 금리를 줄이는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은 이처럼 가산 금리와 우대 금리를 불합리하게 산정한 은행의 경우 업무 개선을 지도하기로 했다.
제도 개선에도 착수했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금융연구원·은행연합회 등이 함께 구성한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은행의 대출 금리 체계 모범 규준 개정, 소비자 정보 제공 확대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출 금리 체계 모범 규준은 각 은행 내규에 반영토록 한 금리 산정 가이드라인이다. 이 가이드라인에 은행이 고객의 신용 프리미엄을 연 1회 이상 재평가하고 고객에게 우대 금리 상세 명세서를 제공하는 등 통제 강화 방안을 담을 계획이다.
정보 공개도 강화한다. 앞으로 대출 계약을 맺을 때 은행이 우대 금리의 세부 항목을 명시한 대출 금리 산정 내역서를 대출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어떤 이유로 어느 만큼 대출 금리를 깎아줬는지 대출자가 알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우대 금리를 가산 금리 안에 포함해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또 은행연합회가 공시하는 대출 금리 비교 서비스의 경우 고객별 우대 금리에 본부·영업점의 추가 조정 금리 등을 반영한 가·감 조정 금리를 가산 금리와 구분해서 공시하도록 개선키로 했다. 대출자가 은행별 영업 정책에 따라 얼마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알린다는 취지다.
오승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은행이 전반적으로 대출 금리 체계 모범 규준을 내규화 해서 따르고 있지만, 일부 합리적이거나 체계적이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면서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받은 이자) 환급은 은행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며, 불공정한 영업 행위를 제재할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실무선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