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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믿을 수 없어"…재건축 단지의 뿌리깊은 불신

하지나 기자I 2021.02.05 17:40:54

"기반시설 부족한 재개발사업과 달라…수용방식 공감 어려워"
"자율권 박탈, 내가 원하는 아파트 단지 지을 수 없어"
"인허가 절차만 제대로 해달라" 민간재건축 역차별 우려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 본 도심 일대. (사진=뉴스1)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정부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발표하면서 초과이익환수제·조합원 2년 거주 의무 배제 등 파격적인 당근책을 내걸었지만 재건축 대단지 아파트 반응은 회의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공공에 대한 불신이다.

5일 익명을 요구한 서울 시내 한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 단지 조합장은 “기반시설 확충이 불가피한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 사업에 수용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공감하기 어렵다”고 잘라말했다.

공공이 토지수용권을 행사하는 것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시공사 선정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 계획을 공공기관이 결정하면서 주민들의 결정권이 박탈된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공공에 대한 불신이 크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말한대로 5년내 정비사업을 끝낼 수 있다면 왜 지금까지 10년 넘게 질질 끄느냐라고 반문하고 싶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 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 김구철 위원장은 “투기 수요 등을 고려해 개발이익 전부를 다 못준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합원들이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면서 “우리가 살고 싶은 아파트가 아닐 수 있는데 이익이 더 많으면 뭣하겠냐. 결국 품질개선, 특화사업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급대책이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참여해야하는데 5년내 이주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할 것”이라면서 “또 인허가 절차를 줄인다고 해도 조합원들의 민원이 많다. 법적 소송 등으로 번지면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재건축 단지 반응도 비슷하다.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 단지 아파트 조합장은 “양도소득세·초과이익환수제 미부과 등은 긍정적이지만 공공분양 아파트라는 점에서 조합원들이 원하는 아파트가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공공이 아닌 민간이 직접 시행하는 재건축 사업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또다른 재건축 아파트 조합장은 “자칫 이번 대책 발표로 민간재건축 사업이 역차별을 당할까 우려된다”면서 “우리는 법적상한 용적률의 120%까지 상향시켜준다는데에 관심이 없다. 인허가 절차만 제대로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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