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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사건의 골자는 김 대표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연 3%의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로부터 1조3500억 원을 받은 뒤 실제론 비상장 페이퍼 컴퍼니 등의 부실 채권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펀드 사기 사건으로 시작된 옵티머스 사태는 옵티머스 로비스트들의 사기와 금융당국 간부의 비위, 펀드 판매사 직원들의 위법 행위 등 전방위로 뻗어 나갔다.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옵티머스에 도움을 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검찰은 지난달 8일 열린 김 대표의 결심 공판에서 “이런 대국민 사기극이 어떻게 가능할지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핵심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왔지만 여전히 주변 사건들이 남아 있다. 일단 김 대표 본인의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김 대표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재판부는 김 대표의 추가 기소 사건도 심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김 대표가 옵티머스 자금으로 인수한 대한시스템즈의 법인 자금 29억 원을 임의로 유용한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또 선박부품 제조업체 해덕파워웨이의 소액주주 대표 윤모 씨에게 의결권 행사와 관련 부정 청탁을 위해 6억5000만 원을 건넨 혐의도 있다.
돈을 받은 윤 씨 역시 김 대표를 상대로 해덕파워웨이 무자본 인수와 관련해 형사 고발을 하겠다고 협박해 10억5000만 원을 갈취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김 대표는 앞선 재판에서 이미 여러 회사의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김 대표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회사는 △블루웨잉 △충주호유람선 △트러스트올 △아트리파라다이스 △셉틸리언 △대한시스템즈 등으로 총 횡령액은 832억 원에 달한다. 김 대표 측은 추가기소 사건에서도 공소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로비스트들의 경우 1심 재판은 대부분 마치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전 연예기획사 대표 신모 씨와 또 다른 브로커 김모 씨는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3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에게 조사 무마를 청탁하겠다며 김 대표로부터 돈을 받고, 금감원 전 직원을 소개하는 등 혐의로 기소됐다. 또 신 씨와 함께 핵심 로비스트 3인방 중 1명인 기모 씨도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을 상대로 로비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에 대한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김 대표 사건은 물론 NH투자증권의 재판 역시 정 전 대표 재판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김 대표에게 금융권 인사들을 소개해 주고 수천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윤모 전 금감원 국장은 대출 특혜 혐의 별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2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 받았다.
다만 아직까지 정·관계 로비 의혹 만큼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지난 5월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최근엔 옵티머스 고문단에 이름을 올렸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정 전 대표가 이 전 장관과 연락한 사실을 확인하고 펀드 사기 관여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 전 총장은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라는 옵티머스 내부 문건에 이름이 등장했다. 이 문건엔 채 전 총장 외에도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양호 전 나라은행장 등이 고문단으로 활동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정·관계 로비 의혹의 근거로 지목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