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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도 더위에 힘내야죠"...반려견과 초복 보내는 사람들

최정훈 기자I 2018.07.17 16:57:52

"반려견 위한 보양식"…이색 복날 풍경
반려견 보양식 찾는 수요 359% 껑충
애견 카페도 북적 "행복한 하루 만들고파"
'반려동물 식용금지' 집회 응원의 말도

서울 동작구의 한 애견카페에서 쉬고 있는 반려견.(사진=최정훈 기자)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사람만 더위에 지치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 호동이도 초복에 보양식 먹일 겁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최모(28·여)씨는 “무더위에 3살짜리 반려견 호동이가 기력을 잃는 거 같아 인터넷으로 영양식을 주문했다”며 “그래도 기력이 없으면 찹쌀, 렌틸콩 등을 넣은 강아지용 삼계탕을 만들어 먹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17일 초복(初伏)을 맞아 반려동물을 위한 복날을 보내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사람뿐만이 아니라 반려견들도 보양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반려견 보양식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더위를 피해 애견카페로 모여드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새롭게 펼쳐진 풍경이다.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에 자리한 한 애견 카페는 평일에도 10명 넘는 사람들이 반려견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생후 8개월인 반려견 ‘우주’와 함께 카페를 찾은 김모(24·여)씨는 “이 더위에 밖에서 산책을 하면 강아지 발바닥이 화상을 입을 수 있다”며 “(반려견이) 워낙 다른 강아지들과 노는 걸 좋아해 애견카페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4살짜리 반려견 밍구와 함께 애견카페를 방문한 이모(27)씨는 “나에게 복날은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하는 것 말고 특별할 게 없는 날”이라며 “이런 날일수록 내 반려견과 함께 시원한 하루를 보내는 게 의미 있다”고 말했다.

초복을 맞아 온라인에서도 반려견 보양식을 찾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롯데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8일부터 7월 9일까지 한 달간 반려동물 건강식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1%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초복을 앞둔 일주일과 올해를 비교하면 매출이 359%나 급증했다.

최유리 롯데닷컴 생활팀 MD는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반려동물을 위한 건강식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최근에는 수제 간식을 비롯해 홍삼, 오리, 연어, 북어 등 사람도 먹을 수 있는 고급원료를 사용한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반려동물 식용 금지’ 집회가 열렸다. 기자회견에 나선 동물보호단체들은 “설문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지난 1년간 개고기를 전혀 먹지 않았고 취식을 반대하는 국민이 46.6%에 달한다”며 “개의 가축과 반려동물 사이에 있는 모순적인 상황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려견을 위한 복날을 보낸 시민들은 반려동물 식용 금지에 대한 응원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애견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강모(19)씨는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단지 지금 내 가족을 아니면 가족이 될 수도 있는 아이들을 고통 속에서 구해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라며 “집회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진심으로 그들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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