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정인이 사건, 취재 하지 않으려 했다"…'그알' PD가 밝힌 이유

김민정 기자I 2021.01.07 15:59:41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그것이 알고 싶다’ 이동원 PD가 ‘정인이 사건’을 취재한 후기를 전했다.

7일 방송된 SBS 라디오 ‘이철희의 청치쇼’에서는 이 피디가 출연해 이른바 ‘정인이 사건’을 취재하게 된 이유 등을 설명했다.

정인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16개월 여아가 사망한 사건이다. 아이의 머리와 복부에 큰 상처가 있는 것을 발견한 의료진이 아동학대를 의심해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정인이 사건’은 지난 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방송을 통해 알려진 후 사회적 반향이 뜨겁게 일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는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입양아 정인 양의 학대 피해 사건의 전말을 낱낱이 파헤쳤다.

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보건복지부는 직무유기한 홀트아동복지회 특별감사 실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정인이 사건’ 관련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알’ 이 PD는 “처음에는 (정인이 사건을) 취재 하지 않으려 했다”며 “사건 발생 직후 언론에 많으 보도가 있었고 궁금한이야기Y 에서도 두 차례나 다뤘기 때문에 저희가 할 역할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인이 사건과 관려된 제보 메일만 200여건이 들어와 있었다. (먼저) 하루 정도 1~2명을 취재했는데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엄청나게 있었다”고 전했다.

이 PD는 정인이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일반적으로 피해자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대부부분이다”라며 “그런데 저희가 너무 당황했던 건 너무나 많은 신체 부위들에 학대 정황, 상처가 있었고 방송에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얼굴을 가린다고 하면 상처 부위를 보여줘야 하는데 상처 부위들을 합하다 보니까 얼굴 대부분이 완성 되더라”고 설명했다.

이 PD는 또 “아동 학대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교수 등이 ‘이렇게까지 되면 정보를 공개하는 게 정인이나 사회를 위해서 낫지 않겠냐’고 조언해줬다”고 덧붙였다.

이에 사회자가 “공개를 못한 사진도 있겠죠?”라고 묻자 이 PD는 “제가 전해 듣기론 (정인이) 사망 이후 수사관들 중에는 자료를 보면서 많은 우셨던 분들이 있을 정도로 참혹하고 끔찍했다. 다시는 일어나선 안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건이 전 국민의 공분을 사면서 문제가 되자 지난 6일 김창룡 청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학대 피해를 당한 어린 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학대 피해를 당한 어린 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7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을 찾은 시민들이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PD는 방송에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일화를 꼽기도 했다. 그는 “양모가 정인이를 데리고 카페나 식당을 갔을 때 사장님이나 종업원 등이 인사를 건네면 본인이 먼저 ‘저 우리 아이 입양했어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며 “이런 점을 보면 양모가 ‘입양한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전하기도 했다.

정인이 사건이 알려진 후 경찰에 대한 비난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정인 양이 아동 학대를 당하는 것 같다는 의심 신고가 세 차례나 있었지만 그때마다 경찰과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정인 양을 부모에게 돌려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 PD는 “당시 10여 명의 경찰과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상담원들이 출동을 여러 차례 했었는데 그중에 한 사람이라도 신경을 썼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PD는 “지금 국회에서 입법조치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저희가 아쉰 건 현재도 충분히 매뉴얼이 잘 되어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 매뉴얼대로 진행만 됐으면 정인이는 지금 살아있었을 것이다”라며 “법이 필요한 게 아니라 현장에 있는 분들의 노력이 조금 더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PD는 ‘정인이 사건’ 후속 보도에 대해서는 “후속편에 대한 많은 분들의 요청이 있다”며 “계속 취재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또 역할이 필요하다고 하면 후속 (방송)을 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정인아 미안해`

- 경찰, 정인이 외할머니 수사…살인 방조 혐의 - 정인이 양모가 쓴 일기엔…“멍멍이 진상 많이 부리네” - 정인이 양모 세 번째 반성문…"남편은 학대 몰랐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