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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마다 싹쓸이‥산은·한진칼 도운 '3대 로펌' 완승(종합)

이승현 기자I 2020.12.02 17:57:55

한진칼, 김앤장·화우..산은은 광장 선임해 법률 대응
재판부, 산은과 한진칼 논리 대부분 수용
입법조사처 "재벌 경영권 위한 편법지원 시비 있어" 주장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KDB산업은행에게 법원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소송 기각이라는 결과는 매우 중요한 의미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통합작업은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을뿐 아니라 한진칼과 산은이 주장했던 핵심 논리가 이번 재판에서 대부분 수용됐기 때문이다. 산은은 이번 재판으로 절차의 정당성을 얻게 됐다.

이번 재판에서 한진칼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화우를 대리인으로 정해 맞섰다. 산은은 재판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핵심 이해관계인으로, 광장 등에서 법률자문을 받았다. 반면 KCGI는 태평양 등을 선임해 이번 재판에 나섰다. 국내 주요 로펌이 일제히 뛰어든 재판에서 김앤장과 화우, 광장 측의 완승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法, “제3자 배정은 한진칼 경영판단”

그간 최대 쟁점은 산은이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게 과연 합법적인 절차인가의 여부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3자연합 주축인 KCGI는 이런 절차가 기존 주주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절차라고 주장했다. KCGI는 산은이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증자에 참여해 10.66% 지분을 확보하면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할 거라는 주장도 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해주는 대가라는 것이다. 현재 조 회장 측 지분은 41.4%로 3자 연합의 46.71%에 밀리고 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이승련)는 항공빅딜 추진을 위한 제3자 배정 방식을 ‘사업상 중요한 자본제휴’와 ‘긴급한 자금조달’ 사유로 판시했다. 이는 상법의 예외조항과 한진칼 정관에 규정된 제3자 주주배정 사유로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한진칼이 산은의(제3자 배정)제안을 받아들인 건 경영판단의 재량범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경영권 분쟁 상황이라고 해서 제3자 배정을 무조건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그러면서 이번 딜에서 산은의 기능에 주목했다. 한진칼이 산은을 주요 주주로 확보해 향후 항공사 통합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진칼의 재무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국책은행인 산은이 재무적 투자자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산은으로선 주요 주주로 한진칼 경영에 참여해 그간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한 두 항공사 통합과정을 감독할 수 있다고 했다. 조 회장 등 한진칼 경영진에 대한 철저한 감독은 산은이 그동안 수차례 강조한 내용이다.

재판부는 또 KCGI가 한진칼에 제3자 배정 대신 대출이나 사채인수, 보유자산 매각, 무의결권 우선주 발행 등을 제시한 게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들 방안이 재무적·경제적 측면에서 한진칼에 이익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기구가 한진칼 주요 현안의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산은의 약속을 믿었다. 그 이유로 △산은이 한진칼 경영진 의사대로 의결권 행사를 하겠다는 약정을 하지 않은 점 △항공산업의 사회경제적 중요성과 건전한 유지를 최우선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주요 로펌들이 일제히 가세한 재판에서 한진칼과 산은의 완승으로 볼 수 있다”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통합은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KCGI 측의 한진칼 상대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1일 인천국제공항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정비창 앞에 양사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KCGI 아직 기회 있다” vs “경영권 분쟁 끝났다”

재판부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서 KCGI측에 기회가 남아 있다는 의견을 밝힌 점도 눈길을 끈다. 산은을 조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분류하더라도 KCGI측이 완전히 경영권 경쟁에서 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시각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조 회장 측과 3자연합의 지분은 각각 36.7%와 40.4%로 희석되고, 조 회장 측과 산은(10.66%)을 한편으로 묶으면 47.36%가 되면서 우위가 달라지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 누구도 절반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재판부는 “조 회장 측 지분율이 과반수는 아니어서 3자연합은 (추가) 지분매수나 소수주주 연대로 경영권 변동을 도모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런 법원의 판단은 한진칼 경영분쟁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는 시장의 평가와는 다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산은의 참여로 3자연합과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료됐다”며 “조 회장 측이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벌써 사모펀드인 KCGI가 투자금 회수를 위한 출구전략을 고민할 거란 말이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도 법원 판단과 결이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기간산업을 정상화하고 종사자 고용안정을 보호한다는 정책목표에 많은 국민이 공감한다”면서도 “통상의 기업 구조조정과 다른 방식이어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재벌기업의 경영권 공고화를 위한 편법적 지원 시비 등 사회적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주요정보 공개 등으로 정책집행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유관부처 협의와 대규모 기금지출에 대한 국회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CGI측은 이번 법원의 결정에 대해 “관계 당국과 사법부 고심은 이해하지만 이번 결정이 시장경제 원리와 상법 및 자본시장 원칙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게 우려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3자연합’ 구성원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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