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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아내 살해한 남편…아들은 "보복 두렵다" 호소

권혜미 기자I 2022.10.12 19:02:45

지난 4일 동문동 길거리서 아내 살해
'가정폭력' 신고 접수에도 여러 번 찾아가
아들 "엄마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고 싶다"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가정 폭력을 일삼다 대낮 길거리에서 아내를 살해한 남성이 “기억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아들은 엄벌을 요구하며 “아빠가 유기징역으로 출소일이 정해질 경우 보복이 두려워 생활이 어려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12일 충남 서산경찰서는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둘러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 A씨를 구속 만료 전인 주중에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는 체포된 후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심신미약을 주장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목격자와 폐쇄회로(CC)TV 영상 등 객관적인 증거가 충분히 확보된 만큼 범행을 부인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편 A씨.(사진=연합뉴스, JTBC 방송화면 캡처)
A씨는 지난 4일 오후 3시 16분께 충남 서산시 동문동의 한 거리에서 자신의 아내인 40대 여성 B씨를 흉기를 찔러 살해한 혐의로 검거됐다.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B씨는 생전 “가정폭력을 당했다”며 A씨를 경찰에 총 4차례나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첫 신고가 접수된 지난달 1일 두 사람을 분리조치했지만, A씨는 B씨를 또 찾아갔다. B씨가 두 차례 더 신고하자 경찰은 법원에 피해자 보호 명령을 신청하고 B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A씨는 지난달 19일 피해자 보호 명령이 내려졌음에도 같은 달 26일 B씨를 다시 찾아갔으며, 경찰의 출석 요구도 불응한 채 B씨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A씨와 B씨의 아들인 C씨는 전날 대통령실 ‘국민제안’과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엄마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가정폭력 신고를 한 아내를 살해한 남편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6일 충남 서산시 동문동 사건 현장 주변에 누군가 놓아둔 국화꽃 한 송이가 있다.(사진=연합뉴스)
C씨는 “우리 가족은 아빠의 폭력과 폭언으로 공포에 떨며 생활했고, 엄마는 2004년부터 협박과 구타가 지속돼 이혼을 결심했다”며 “어떤 이유에서건 살인은 정당화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달 6일에도 A씨가 B씨에게 큰 상해를 입혔다며 “10월 4일 오전(사건 당일) 엄마는 퇴거조치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날 오후 (엄마의) 가게를 찾아간 아빠는 대화를 요구했다”며 B씨가 이를 거절하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C씨는 “아빠가 무기징역이 아닌 유기징역으로 출소일이 정해질 경우, 보복이 두려워 생활이 어려울 것 같다”며 “엄마는 20년 동안 경제적인 활동 없이 지내 온 아빠로 인해 쉬지도 못하고 일만 하다가 하늘에 별이 됐다. 그곳에서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엄마의 억울함을 풀어 드리고 싶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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