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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朴 'SK 111억원 출연에 감사' 표해"…미르·K재단 직접 챙겨

한광범 기자I 2017.06.22 16:01:31

"朴, 안종범에 출연액 묻고 추가적 관심·협조 부탁"
"최재원 가석방, 헬로비전 합병, 면세점 해결 건의"
K재단 89억원 지원 등 거부하자 현안 해결도 무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재벌 총수로는 처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독대 과정에서 최순실씨가 실소유했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관심과 협조를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朴 “SK는 미르·K재단에 얼마 냈나?” 관심 보여

최 회장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 뇌물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2월 16일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최 회장의 증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16일 최 회장을 삼청동 안가로 불러 개별 면담을 하다가 다른 방에 있던 안종범 전 경제수석을 불러 “SK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얼마를 출연했지요?”라고 물었다.

안 전 수석이 111억원을 출연했다고 밝히자 박 전 대통령은 최 회장에게 “SK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을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두 재단에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독대 자리에서 기업 현안으로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사면·가석방,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기업결합 심사의 조속한 결론, 워커힐 면세점 개선안 등을 건의했다.

최 부회장 가석방 문제와 관련 최 회장은 당시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저희 집이 편치는 않습니다. 저는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 나와서 제가 조카들 볼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완곡하게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았고 최 회장은 더 이상 언급하지 못했다.

그는 직전에 사생활 문제로 최 부회장 가석방 문제를 함부로 꺼내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같은 해 12월 한 언론에 서신을 보내 동거인과 혼외자의 존재를 고백했다.

그는 ‘사생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가정사로 인해 부정적 평가를 받지 않고 좋은 경영자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했던 문제였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선 최 회장이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으로 선정되기 전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 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서신을 박 전 대통령에게 보낸 사실이 처음 공개되기도 했다.

◇崔 실소유 K재단·플레이그라운드 지원 요구

최 회장은 면세점 문제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면세점 선정에 절차성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답을 들었다. CJ헬로비전 기업합병 승인 건에 대해선 “알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받았다.

SK는 독대 전후로 청와대로부터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수주와 가이드러너 사업 지원에 대한 요청을 받았다.

최 회장은 독대 과정에서 가이드러너 지원 요청을 박 전 대통령으로 받았다. 이후 안 전 수석이 가이드러너 등이 포함된 K스포츠재단의 89억원 규모 사업계획서를 SK 측에 보내기도 했다. 그는 독대 직후엔 플레이그라운드 팸플릿을 최 회장에게 건넸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최씨 측근이었던 차은택씨 등이 주도해 경영하며 KT 등으로부터 광고를 수주했던 회사로 최씨가 자본금 전액을 댔다. 검찰은 최씨가 플레이그라운드를 이용해 미르재단과 관련한 영리사업을 진행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가이드러너는 시각장애인 선수와 함께 달리는 활동 도우미를 뜻한다. 최씨는 K스포츠재단 활용해 가이드러너 관련 사업 추진을 시도했다.

하지만 두 요청 모두 SK는 들어주지 않았다. 광고 수주는 플레이그라운드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가이드러너 등 K스포츠재단 관련 지원 문제는 SK가 금액의 과도함과 법적인 문제를 들어 요청을 사실상 거절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CJ헬로비전 기업합병 건을 승인하지 않았다. 또 워커힐 면세점은 추가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해 결국 폐점했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7월말 가석방됐으나 당시는 이미 형기의 94%를 채운 상태였다.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넘은 모범수를 대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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