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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 없애자 '갓게임' 칭송..헌드레드 소울로 착한게임 가능성 확인"

노재웅 기자I 2019.02.18 16:41:08

'하운드13' 박정식 대표·김태연 디자이너 인터뷰
헌드레드 소울, 출시 한달 만에 매출 20위권 안착

지난 15일 올해 가장 주목받는 회사로 떠오른 하운드 13의 박정식(왼쪽) 대표와 김태연 리드 게임 디자이너(팀장)을 만나 한국 게임산업 내 BM 구조의 문제점과 중소개발사가 그 안에서 살아남는 방법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노재웅 기자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갓(God) 게임’, ‘탈(脫)조선 게임’…. 별다른 홍보 없이도 출시 첫 주 양대마켓 인기순위 1위, 출시 한 달 뒤인 현재 최고매출 20위권에 안착한 모바일 액션 RPG(역할수행게임) ‘헌드레드 소울’에 이용자들에 붙여준 수식어다.

헌드레드 소울은 과거 아이덴티티게임즈 공동 창업자이자 ‘드래곤 네스트’ 개발 총괄을 맡았던 박정식 하운드13 대표가 야심차게 준비한 신작 게임이다. 확률형 아이템, 이른바 ‘뽑기’가 만연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BM)에서 과감히 탈피해 인기와 매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국내 중견·중소 게임사들에게는 ‘착한 게임’도 충분히 승산이 있음을 확인해 준 셈이다.

◇과금에 내몰린 이용자 마음잡은 헌드레드 소울

15일 회사 사무실에서 만난 박정식 대표의 얼굴은 편안해보였다. ‘헉슬리’의 메인 아티스트와 ‘킹덤언더파이어’의 아트디렉터를 거쳐 아이덴티티게임즈 공동 창업에 나섰던 그는 게임업계에서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대표적인 개발자 중 한 명이다. 그가 지난 2014년 하운드13을 창업했을 때 드래곤네스트 개발에 참여했던 개발자들이 그와 함께 했다.

그가 헌드레드 소울을 개발하며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은 과금에 피로감을 느낀 이용자들이 편안하게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외부에서는 ‘그렇게 해서 과연 되겠느냐’, ‘검증된 뽑기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과 우려가 많았지만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박 대표는 “과금 시스템에서 과감한 도전을 했음에도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매출 규모가 괜찮게 나오고 있다”며 “실제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고, 게임 자체를 즐겨주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헌드레드 소울 디자인을 총괄한 김태연 리드 디자이너(팀장)도 “개발자인 동시에 게임 이용자로서 스스로 납득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갓게임’ 평가를 듣고 있고, 우리의 이상을 지키면서 매출도 잘 나와서 다행”이라고 언급했다.

◇“국내 모바일 게임, 대부분 극단적 과금체계 채용”

헌드레드 소울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근 5년 동안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퍼블리싱을 맡기로 했던 라인게임즈와 틀어지며 자체 서비스를 해야 했을 때 역시 큰 도전 중 하나였다. 박 대표는 “라인과 꽤 오랜 기간 게임적으로 협의를 해온 관계였다. 하지만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핵심 BM(비즈니스 모델) 구조에서 이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와 김 팀장은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 BM의 경향이 극단적으로 이용자를 과금 체계로 내몰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김 팀장은 “게임이 (과거 정액제에서) 부분유료화로 바뀌면서 (뽑기를 통한) 매출을 강요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면서 “그런데 그 수위에 문제가 생겼다. ‘돈을 쓰면 좋다’와 ‘돈을 안 쓰면 안 된다(힘들다)’ 사이에서 후자로 너무 치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업계가 달라지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팀장은 최근 사전예약을 시작한 넥슨의 신작 ‘트라하’에 대해 “이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과금 시스템)에서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면서 “앞으로도 3N(넥슨·넷마블(251270)·엔씨소프트(036570))을 비롯한 많은 회사가 극단적인 과금에 대한 이용자들의 피로감을 신경 쓸 수밖에 없게 된 시점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음 과제는 ‘플랫폼 다변화·해외 진출’

하운드 13은 설립 초기부터 개발력을 인정받아 벤처투자(VC)를 비롯해 라인, 위메이드(112040) 등 다양한 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아왔다. 박 대표는 헌드레드 소울 출시 직후에도 대형 게임사에서 투자 의사를 밝혀왔다며 웃음지었다.

하운드13이 잇따라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일찌감치 해외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중소·인디 개발사에 갈수록 어려운 환경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지금 기회가 아주 없느냐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며 “우리도 한국에 출시하기 전에 먼저 해외에서 소프트런칭을 했다. 그때 해외에서 나온 긍정적인 반응을 보고 여러 군데에서 접촉이 왔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한국이 아니어도 더 넓은 글로벌 시장에선 다양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독특한 자신만의 색깔에 자신이 있다면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하는 것도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하운드13 역시 앞으로 ‘해외시장 공식 서비스’에 집중하는 한편 플랫폼 다변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박 대표는 “헌드레드 소울은 현재 모바일 플랫폼에 최적화돼 있지만, PC로도 충분히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인력이 충원되고 상황이 갖춰지면 플랫폼 다변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최소 1년 이상 지금과 같은 기조로 국내 서비스 및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그 사이 적당한 시점에 해외 진출을 모색할 것”이라며 “일본과 대만, 북미 등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중국은 지금 당장 해결 방법이 없어 미룰 예정이며, 시차를 두고 동남아시장에도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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