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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억울해"…역대급 태풍에도 고공농성 나선 속사정

이소현 기자I 2022.09.05 22:15:14

부산 아파트 골조 공사 맡은 하청업체 대표
일주일째 20층 높이 타워크레인서 농성 중
태풍 속 고공시위 계속…"일방적 계약해지"
태풍 영향권 진입한 부산…안전 우려 커져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역대급 태풍이 온다는데 오죽하면 저 높은 데서 버티고 있겠습니까.”

부산의 한 아파트 건설사 하청업체 관계자 A씨는 5일 이데일리와 전화통화에서 “일방적인 계약해지에 너무 억울해 타워크레인 위에서 시위하게 된 것”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고 있는 5일 오후 부산 남구 오륙도 인근 방파제에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사진=연합)
경찰 등에 따르면 부산 남구 대연 푸르지오 클라센트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골조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 대표 B씨는 지난달 30일부터 20층 높이의 타워크레인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날 기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타워크레인 고공 농성 시위가 역대급 태풍이라 불리는 ‘힌남노’ 북상에도 계속되고 있어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청업체 관계자 A씨는 “태풍이 더 심해진다고 하는데 고층에 있는 대표님이 너무 걱정된다”며 “살아서 싸우자고해도 이렇게 물러나면 끝난다는 생각에 내려오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해당 하청업체는 부산 남구 대연 푸르지오 클라센트에서 골조 공사를 맡았는데 원청인 대우건설(047040)과 공사대금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원자재비 상승 등으로 애초 계약한 금액으로는 공사를 진행할 수 없어 중간 정산 등을 요구했는데 원청에서는 과도한 공사비 요구라며 내용증명을 보내더니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재비와 장비대, 인건비 등을 해결하려면 그간 손해 본 금액은 약 27억원 정도”라며 “원청에서는 이를 해결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라는 식’으로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밤부터 6일 오전까지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부산을 강타할 전망인 가운데 하청업체 대표 B씨는 20층 높이의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오지 않겠다며 완강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A씨는 “대표님이 본인 아파트도 가압류 되고 사업도 접게 될 판이라 더욱 절실한 마음이라 그런 것 같다”며 “못 받은 공사대금도 살아있어야 의미가 있을텐데 죽으면 무슨 소용인가, 애원해도 계속 있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주변의 설득에도 B씨는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경찰은 헬멧과 안전줄 등 안전 장비를 전달했다.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이날 강풍에도 타워크레인이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한 안전 점검도 이뤄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타워크레인 주변으로 매트리스를 설치하고 대비 중이다.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지난달 30일부터 20층 높이의 타워크레인에서 고공 농성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연합)
한편, 원청인 대우건설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는 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특히 해당 협력사 대표가 지난달 30일 크레인을 점거하기 전까지 최초 요구했던 28억원에서 45억원, 35억원 등으로 계속 변경된 기성을 청구하며 현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의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 5월 협력사에서 청구한 기성금이 실제 공사와는 다르게 부풀려진 내용이 많아 현장에서는 기성항목에 대한 협의를 위해 공지했다”며 “협력사는 갑자기 일방적으로 공사를 중단하고 연락을 두절해 수 차례 공문을 보내고 공사 재개와 협의 진행을 요구했으나 6월까지 아무런 회신이 없었고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원활한 공사 진행과 입주 일정 확보를 위해 결국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적법한 절차를 진행했다”며 “지속적인 원자재 가격 등으로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다른 협력사와 입주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입주예정자의 상황을 고려한 부득이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대우건설은 절차와 상식에 맞춰 협의를 진행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협력사 대표와 아직도 협의를 진행할 의지가 있으나 자신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으면 내려오지 않겠다는 일방적인 주장과 공사 방해는 협의 자체를 진행할 수 없게 만들 뿐”이라며 “크레인 점거로 태풍 피해에 대비한 안전조치에도 지장을 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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