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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도 '명품 바람'...장인 정신 담은 증류식 소주 "술술 넘어가네"

김범준 기자I 2022.02.22 18:02:05

증류식 소주시장, 2013년 100억→올해 700억 전망
코로나에 홈술 즐기는 '다양한 맛' 취향 늘면서
고가여도 장인·유명인 내세운 '전통 소주' 수요↑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소주에도 ‘명품’ 바람이 불고 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까다로운 제조 공정을 거치는 전통 방식의 증류식 소주를 찾는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다.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장인(匠人)’이 공들여 빚거나 유명인을 내세운 ‘프리미엄 술’로 통하며 전 연령층에서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이트진로의 증류식 소주 브랜드 ‘일품진로’가 지난해 한정판으로 선보인 ‘일품진로 21년산’ 제품.(사진=하이트진로)
2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류식 소주 시장 규모는 현재 400억원(출고액 기준)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 2013년 100억원 규모에서 2019년 300억원으로 3배 성장했다. 이후 더욱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올해는 600억~700억원대 규모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따른다.

기존 증류식 소주는 중장년층이 찾는 소위 ‘노인술’이라는 인식과 함께 비싼 전통주로 통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홈술(집에서 음주)과 혼술(혼자 술마시기) 트렌드 확산과 함께 다양한 취향을 찾는 젊은 MZ세대 사이에서도 새롭게 주목을 받으며 소비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류식 소주는 ‘참이슬’, ‘처음처럼’과 같은 일반 주정(에탄올) 희석식 소주와 달리 쌀·보리·옥수수 등 곡물을 발효한 액체를 증류해 만들어진다. 이렇게 증류한 원액을 물과 혼합해 알코올 도수를 조정한다. 상대적으로 도수는 높지만 풍미가 좋고 숙취가 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품진로’, ‘화요’ 등이 대표적이다.

하이트진로가 제조·판매하는 ‘일품진로’는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2020년) 대비 약 78% 급증했다. 당초 ‘일품진로1924’ 제품명으로 선보였지만 지난해 3월 ‘일품진로’로 바꾸고 제품 병뚜껑을 크리스탈과 같은 디자인으로 교체하는 등 변화를 줬다. 최근 젊은 소비층 사이에서 수요가 늘면서 감각적인 느낌을 준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희소성을 부여하는 마케팅 차원으로 매년 한정판 일품진로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일품진로 21년산’은 16만원이라는 고가에도 한정 판매 수량 8000병이 빠르게 완판됐다. 이렇듯 최근 일품진로 판매가 늘면서 하이트진로(000080)는 경기 이천공장 생산라인을 추가로 확보해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에바 차우와 화요가 협업 제작한 증류식 소주 브랜드 ‘키(KHEE)’.(사진=KHEE)
2005년 광주요그룹이 출시한 ‘화요’는 알코올 도수 함량 차이에 따라 ‘화요41’과 ‘화요25’로 선보이고 있다. 화요는 지난 2015년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긴데 이어 지난해 26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화요는 지난해 한국계 미국인 디자이너 겸 외식사업가 ‘에바 차우’와 손잡고 프리미엄 증류주 ‘키(KHEE) 소주’를 선보였다. 브랜드명 키(KHEE)는 설립자 에바 차우의 한국 이름 ‘희(Hee)’와 미국식 이름의 미들네임 이니셜 ‘케이(K)’에서 유래했다. 얼핏 디자인만 보면 보드카 같기도 한 키 소주는 국산쌀과 암반수로 만든 최고급 증류주를 표방한다. 알코올 도수 ‘38도’와 ‘22도’ 2종으로 선보였다.

키 소주는 해외시장에 한국 문화와 전통 증류식 소주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출시한 한정판 프리미엄 소주다. 국내에는 신세계·현대·롯데·갤러리아 등 백화점과 조선팰리스 호텔 레스토랑 등 일부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소량으로 한정 판매한다. 최근 배우 고소영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유명인들이 즐겨 찾는 술로 알려지면서 SNS 등지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가수 박재범이 선보이는 증류식 소주 브랜드 ‘원소주(WONSOJU)’.(사진=원스피리츠)
가수 박재범이 론칭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브랜드 ‘원소주(WONSOJU)’도 출시 이전부터 ‘박재범 소주’로 불리며 관심이 집중됐다. 박재범이 대표로 있는 원스피리츠는 오는 25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100% 국내산 쌀을 사용하고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은 원소주를 한정 판매하며 본격 출시에 나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맛있고 다양한 술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증류식 소주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 밖에도 서울 ‘서울의 밤(25도)’과 ‘삼해소주(45도)’, 충주 ‘토끼소주(23도)’, 용인 ‘곰이 사랑한 꿀술(16도)’ 등 지역 기반 장인들이 공들인 다양한 증류식 소주 제품들이 발굴되며 더욱 다양한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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