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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대전 방산공장 중단 75일째…재가동 막막

김미경 기자I 2019.04.29 16:01:09

대부분 ‘원인미상’…조사시한 등 필요
후유증 장기화 韓방산 위상 하락 우려
“자체적으로 자동 무인화 검토할 것”

옥경석 한화 화약방산부문 대표이사(가운데)와 회사 관계자들이 지난 2월14일 발생한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와 관련해 공식 사과하고 있다. 이날 옥경석 대표는 대전 유성구 외삼동에 위치한 한화공장을 방문해 숨직 직원들과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고 “사고의 근본 원인과 수습 방안을 찾는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폭발사고로 현장 근로자 3명이 숨진 ㈜한화 대전 방산공장의 가동 중단(셧다운) 조치가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 2월14일 원인불명의 폭발사고로 가동을 전면 중단한 지 75일째다.

방산업계에서는 근로자가 목숨을 잃는 대형사고가 발생한 만큼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기약 없는 공장 가동 중단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방산회사 한 고위 관계자는 “사고 발생 시 관련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지만 폭발사고 특성상 대부분 ‘원인미상’이라는 결과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이럴 땐 난처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시한이나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전문조직이 따로 없다는 점도 문제다. 생산 지연으로 협력사들이 자금난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달 한화 대전공장의 특별감독을 마무리하고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사고 원인 조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해당 공장의 폭발 사고는 지난해 5월에 이어 1년이 안돼 또다시 발생하면서 그 후유증이 심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철저한 원인규명은 물론 안전 요구가 커지고 있는 반면, 폭발 사고 특성상 원인 규명이 쉽지 않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동 중단부터 재개까지 걸린 기간은 42일인데 반해 이번에는 조사조차 끝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원상복구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노동청은 규정에 따라 전면 가동 중단 조치를 내린 뒤 특별감독을 통해 위반사항을 적발한다. 아울러 경찰 조사 결과 및 위반사항을 모두 개선했다고 판단될 경우 감독기관 승인에 따라 가동을 재개하는 식이다.

한화 대전공장은 현재 군에 납품증인 천무를 비롯해 각종 유도무기와 밀접한 생산시설이다. 연관돼 있는 1차 협력사만 30곳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탄두 및 추진기관 등을 공급받는 타 방산업체들의 생산 일정 차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유도무기체계인 다연장로켓 ‘천무’는 한화 방산부문이 업체주관사업으로 개발했고 관련업체는 8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가동 중단에 따른 무기 인도 지연으로 생산업체들이 부담해야 할 지체상금도 크게 불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체상금이란 계약 이행이 늦어질 경우 개발업체에 물리는 일종의 벌금이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지체상금으로 인해 납기일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개발이 폭발 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방산업체들이 처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인의 가닥이 어느 정도 잡히면 세부적으로 재발방지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공장 가동을 재개하는 현실적인 방안도 고려해볼만하다”고 꼬집었다.

현재 한화는 82건의 위반사항을 100% 개선 조치한 뒤 사고와 관련 없는 일부 비화약 사업장에 대해 작업 중지 해제를 요청한 상태다. 대전노동청은 한화의 작업중지해제 요청을 접수 받은 만큼 절차에 따라 확인 과정을 거친 뒤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한화 측 관계자는 “이와 별도로 경찰과 국과수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내달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자동 무인화를 검토 중에 있다. 인명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방산업계의 매출 실적은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91개 방산업체의 2017년 매출액은 12조7611억원으로 14%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02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0.5%에 불과했다. 2016년 3.4%의 7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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