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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의 북미대화 승부수…트럼프와의 120분 회담서 베일 벗는다

김성곤 기자I 2019.04.09 16:28:40

文대통령 10∼12일 1박 3일 초단기 일정으로 미국 실무방문
트럼프와 오찬 겸한 정상회담…폼페이오 국무장관·볼턴 보좌관 접견
김현종 안보실 2차장 “톱다운 접근으로 비핵화 구체 방안 모색”
文대통령 “북미대화 재개에 최선”…‘굿 이너프 딜’ 카드로 美 설득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30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 살게로 센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진다. 문 대통령은 오는 10∼12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120분간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냉각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미대화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것이다. 이른바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본격적인 촉진자 행보에 나서는 셈이다. 한미정상회담 성과에 따라서는 북미대화 촉진을 위해 대북특사 파견이나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도 예상해볼 수 있다.

특히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2기를 알리는 최고인민회의 이후 열린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더구나 김정은 위원장이 2차 북미회담 결렬 이후 침묵을 깨고 한미 양국을 향해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한미정상 역시 이번 회담을 통해 이에 상응하는 화답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은 비핵화 이행을 위한 세부방식, 이른바 ‘디테일의 악마’를 해소하기 위한 남북미 3국의 의지다. 일괄타결을 선호하는 미국과 단계적 접근법을 강조해온 북한과의 사이에서 우리 정부의 중재안인 이른바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좋은 거래)’이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할지도 관심사다.

◇文대통령, 트럼프와 120분 담판…폼페이오·볼턴 등 美핵심참모 접견

문 대통령의 이번 방미일정은 1박 3일의 초단기 실무방문이다.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진 한미정상회담 이후 약 4개월 만으로 문 대통령의 취임 이후 7번째 만남이다. 지지율 하락·인사실패는 물론 북미간 교착상태 지속으로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각오는 남다르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외교안보라인 참모들로부터 한미정상회담 주요 의제는 물론 북미대화 재개 설득 방안 등을 집중 보고받으며 열공 모드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보수진영 일각에서 제기하는 한미간 엇박자를 불식시키고 공고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현지시간 10일 오후 미국 워싱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영빈관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다음날인 11일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차례로 접견한다. 이어 정오부터 약 2시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 핵심 참모들이 배석하는 확대회담을 겸한 업무오찬을 갖는다. 아울러 김정숙 여사는 워싱턴 인근 초등학교 방문 및 멜라니아 여사와의 오찬도 예정돼 있다.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은 “이번 회담은 하노이 회담 후 대화 동력을 조속히 살리기 위해 양국 협의가 중요하다는 공동인식을 토대로 바탕으로 개최되는 것”이라면서 “톱다운식 접근을 지속하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구체적 방안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文대통령, 임시정부 100주년 행사 불참하고 방미 선택 “북미대화 재개 최선”

한미정상회담에 임하는 문 대통령의 각오는 절박하다. 더구나 범국가적 차원의 행사로 개최되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에 불참하고 미국순방을 선택했다. 문 대통령은 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북미대화의 조속재개와 성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며 “그것이 새로운 한반도 시대”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 우리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국민과 함께 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해 담대하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강경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측을 어떤 카드로 설득하느냐 여부다. 이에 따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나 제제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미국 측을 설득해 북미대화 재개의 불씨를 되살리는 게 핵심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하노이 회담은 실패라기보다 하나의 긴 호흡의 프로세스이다. 당사국들이 어떤 방향으로 협상을 필사적으로 해야 하는 것인지를 알게 됐기 때문에 좋은 계기”라면서 “지금 이 시점에서 봤을 때는 북한과 미국의 신뢰를 가진 분이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행보가 북미간 이견을 좁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미정상회담 이후 남북간 접촉 여부에 대해 “북미회담이 작년 5월에 취소되고 판문점에서 원포인트 회담이 열리고 6·12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며 “이번에도 우리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문 대통령의 방미외교가 성과를 거둔다는 점을 전제로 경우에 따라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교류협력 사업의 진전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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