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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리 “한일관계, 피해의식 차원서 보지 말아야…尹 대승적 결단"(종합)

이지은 기자I 2023.04.03 21:42:02

3일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 참석
“최악이던 한일관계…이번에 가장 큰 돌덩이 치워"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에 “국민 안전·과학 최우선” 강조
"대법원 판결, 악화 요인 사실"…與野 고성 오가기도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김은비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3·16 한일정상회담을 ‘굴욕외교’로 규정하고 공세를 높인 야권을 향해 “이제는 너무 피해의식 차원에서만 모든 걸 보지 말고, 우리가 나서서 일본을 끌고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볼 수 있다”고 3일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승적 결단을 통해 한일 관계를 정상화했다”고 두둔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5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진행된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질문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한일 간 이뤄진 정상회담 이후 최대 이슈로 급부상한 양국 관계를 두고 정부 측 인사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 격론이 오갔다.

한 총리는 더불어민주당 대일굴욕외교 대책위원장인 김상희 민주당 의원의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우리는 아무런 국익을 실현하지 못했다’는 의견에 “제가 파악한 한일 관계는 더이상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었다”며 “한 번의 회담을 통해 모든 게 해결될 순 없다. 이번엔 가장 큰 돌덩이를 치운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돌을 치우는 것을 계기로, 양국 국민과 기업이 교류하고 정부 간에도 미래지향적인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등 한일관계가 바람직하게 가도록 토대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외교에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당시 자국이 처한 여건에 따라 국익이 뭔지를 판단해야 하고, 이를 결국 외교의 총책임자가 결단해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면서 “그 결정에 여러 비판도 있었으나 중장기적으로 우리 국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국민이 느낄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안보, 경제, 문화 등 지난 몇 년간 악화된 한일관계가 큰 문제라는 국민들의 의견도 많았다”면서 “어느 대통령이든 정부든 아무것도 안 하는 게 편한 상황이지만, 국가 관계는 그렇게 갈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역사적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성의있는 호응이 부족했다는 지적에는 “기시다 총리가 처한 여러 정치적 환경 차원에서 봤을 때, 한일관계를 불행한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하겠다는 큰 원칙에는 호응했다”고 바라봤다.

또 “(기시다 총리가)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이제까지 일본 내각이 해왔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했기 때문에 앞으로 일본 행정부가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더 관심을 갖고 봐야 한다”고 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대응을 묻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정부의 방침이 너무 확실하다. 오염수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의 안전과 과학이 최우선 순위”라고 답했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본 방문 당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 총리는 “언론 보도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한국의 입장이 명확하다는 것”이라며 “현재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정책이 전혀 없다. 오염수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 IAEA) 검토에 대한민국의 기관이 참여하고 있고, 이와 별개로 정부도 독자적으로 필요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일본과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정상회담 독도와 위안부 문제가 거론됐느냐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모두 선을 그었다.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복원으로 일본 자위대의 군홧발이 한반도를 짓밟을 수도 있다는 주장에는 “예전 군국주의 시대의 일본이 아니고, 자유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라며 오히려 지소미아의 필요성에 대해 부각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는 2018년 일본 강제동원 기업의 피해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윤 의원이 “총리님의 답변에 의하면 한일관계 악화의 주범은 대법원이다”라고 하자 한 총리는 “대법원이 주범이라고 할 순 없지만 하나의 요인을 제공해준 것은 사실이다. 대법원이 내릴 수 있는 판결이지만 1965년 국제법 학자들의 일관된 입장과 좀 달라졌다“고 맞받았다.

이어 “굴욕 외교라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위치나 전 세계에 있어서 지위를 굉장히 폄하하는 것”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일협정 타결 후 ‘우리가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야 된다’하는 말씀이 저는 귀에 와닿는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사이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5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진행된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질문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한 총리는 이날 윤 대통령이 제75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불참하고 자신이 추념사를 대독하게 된 데에 “여러가지 일 때문에 가기 어려워 총리를 보내는 대신 본인이 하고싶은 얘기를 해달라고 하셨다”면서 “대통령 일정을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추념식에 상당히 가고 싶어하는 생각은 들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을 교체한 데 관련해서는 “인사권자의 하나의 결정으로 봐달라”면서 “모든 게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고, 한 두 사람 바뀐다고 해서 전체적인 일을 추진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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