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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분야에서도 자신이 하려는 거래가 사기인지 아닌지도 양자컴퓨팅을 통한 데이터 패턴 분석으로 판단할 수 있다.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DNA, 나이 등의 여러 정보를 취합해 개인별로 어떤 약이 좋은지 추천이 가능해진다. 전혀 실생활과 상관없을 것만 같던 양자컴퓨팅 기술이 향후 우리 인간의 삶에 던져줄 변화의 모습이다.
IBM이 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엑스포에서 개최한 ‘씽크 온 투어 싱가포르’에선 양자컴퓨팅 기술에 대한 현황과 미래에 대해 공유하는 세션이 진행됐다. ‘씽크 온 투어’는 IBM의 연례 기술 행사로 올해는 전 세계 13개 도시에서 열리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싱가포르가 첫 개최국이다.
양자컴퓨팅은 얽힘이나 중첩 같은 양자역학적인 현상을 이용해 자료를 처리하는 기술이다. 0과 1 등의 비트 단위(이진법)로 표시되는 일반 컴퓨터에 비해 0과 1을 동시 처리할 수 있는 만큼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비트와 달리 양자컴퓨터의 최소 정보 단위는 큐비트(qubit)를 사용한다.
스콧 크라우더 IBM 양자 어답션 부문 부사장은 이날 열린 양자컴퓨팅 세션에서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도 하지 못하는 계산을 할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일반 컴퓨터와 다른 원리로 진행되기 때문에 엄청나게 큰 숫자들의 곱하기 등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크라우더 부사장은 IBM에서 자사의 양자컴퓨팅 기술을 전파하고 기업들의 활용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IBM은 현재 20개 이상의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고 40만명의 등록 사용자를 확보했다. 최근 발표한 양자컴퓨팅 로드맵에선 올해 433큐비트에서 오는 2025년 4000큐비트까지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선보였다.
크라우더 부사장은 “세계가 양자 상태로 돼 있지 않은만큼 우리가 실생활에서 이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라며 “양자는 얽힘 현상을 이용하는데, 양자 상태를 유지하려면 우주보다 1000배 더 온도가 낮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우주에서 가장 차가운 곳에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IBM은 2016년부터 클라우드를 통해 양자컴퓨터를 외부에 개방했다. 여타 IT업체들과 IBM이 다른 점이다. 그간 양자컴퓨팅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들은 있었지만, 이처럼 기술을 외부에 개방키로 한 건 IBM이 최초였다.
크라우더 부사장은 “현재 IBM은 180개가 넘는 파트너사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한국에선 성균관대,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우리와 협력 중”이라고 했다. 이어 “학계에서 교육도 활발한데 디지털로 배우고 있는 사람들만 해도 300만명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양자컴퓨팅 기술이 실제 일반 사람들에게도 큰 의미를 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라우더 부사장은 “비행기 부품이 부식에 강한 소재가 사용된다면 비용을 더 아낄 수 있는데, 양자컴퓨팅 기술은 부식에 더 강한 새로운 물질을 발견할 수 있다”며 “농업 등에도 사용이 가능하고, 화학 분야 등 상당히 광범위한 산업에 활용할 수 있어 세상을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부연했다.
IBM은 현재 양자컴퓨팅 기술과 컨설팅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을 지원해 이들이 양자컴퓨터를 실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산업 저변 확장 차원이다.
크라우더 부사장은 오는 2025년에는 세상이 체감할 만한 양자컴퓨팅 기술이 선보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아직까지 양자컴퓨터는 대단한 것을 하기엔 너무 규모가 작다”면서 “적어도 4000큐비트 이상의 양자컴퓨터가 이에 맞는 양질의 품질(에러율), 속도 등을 갖추게 되면 가능해질 것으로 보는데, 시점은 우리의 로드맵 처럼 2025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