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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갑작스런 '추경 카드'…금리 인상 더뎌질까(종합)

김정남 기자I 2018.02.26 17:43:28

文 일자리 추경론에 채권시장 '촉각'
과거 '추경+금리 인하' 정책조합 많아
한국GM 폐쇄 등도 인상 신중론 불러
"추후 금리 인상 속도 더뎌질지 주목"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여권이 갑자기 ‘추경 카드’를 꺼내들면서 추후 기준금리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례를 보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집행했을 때 한국은행도 통상 기준금리를 내렸던 경우가 많았다. 정부가 돈을 풀었을 때 한은이 금리 인상을 통해 돈줄을 죄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논리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추경론이 한은의 추후 인상 스케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이데일리가 최근 10년간 추경 추이를 분석한 결과, 한은은 추경이 집행됐던 6개년 중 5개년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11조2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던 작년에만 유일하게 인상(1.25%→1.50%)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엄습했던 최근 10년간 10조원이 넘는 ‘슈퍼 추경’은 유독 많았다. 그때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무려 28조4000억원의 추경이 집행됐던 2009년, 기준금리(3.00%→2.00%)는 1.00%포인트나 내려갔다.

2013년(17조3000억원)과 2015년(11조6000억원)도 마찬가지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0.50%포인트 내렸고, 사상 최저인 1%대 시대로 들어섰다. 2016년에도 정부의 11조원 추경과 함께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인하(1.50%→1.25%)됐다.

2000년대 이후로 시계를 넓혀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해 두 차례 추경이 이뤄졌던 2001년과 2003년,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추경 규모는 각각 6조7000억원,7조5000억원. 당시로서는 유례없이 큰 규모였다.

이는 이른바 ‘재정·통화정책 조합론’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정부가 재정정책을 확대할 때 한은도 통화정책으로 지원해야 효과가 커진다는 주장이다. 최근 국내 채권시장이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추경론에 따른 통화정책 영향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채권시장 한 인사는 “추후 기준금리 방향이 인상 쪽이라는데 큰 이견은 없다”면서도 “추경으로 인해 인상 속도가 더뎌질 수 있을지는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2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관련 발언이 나올지 주목된다.

가뜩이나 4월부터 신임 총재가 한은을 이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는 인사다. 임기 초 정부 정책을 신경 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최근 수출도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같은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도 나타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신중론’의 근거 중 하나다.

정책당국 한 관계자는 “고용 부진은 물론 경기 둔화 우려도 나오는 와중에 미국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앞으로 통화정책은 전례없는 고차방정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같은 인식에 한은 금통위를 하루 앞둔 이날 서울채권시장은 강세(채권금리 하락)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2.2bp(1bp=0.01%포인트) 하락한 2.263%에 거래를 마쳤다. 10년물 금리도 2.9bp 내렸다.

<용어설명>추가경정예산

1년 단위로 용도가 정해진 본예산(main budget)이 집행된 뒤, 부득이하게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추가로 예산을 편성하는데 이를 추가경정예산(supplementary budget)이라고 한다. 추경도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국가재정법 89조에 따르면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 등이 있을 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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