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잘 나오지 않는 펜트하우스까지 지난달 초 매물로 등장했다. 저층 1단지 펜트하우스가 확정된 211㎡ 배정 매물이 36억원에 올라왔다. 이주비 등 4억1000만원 가량 승계가 가능해 초기투자금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라온 매물 대부분에는 ‘잔금 협의 가능’, ‘잔금 길게 가능’ 등의 설명이 붙어 있다. 잔금 기한을 올해 12월 이후로 늦춰주겠다는 조건이다. 10년 보유·5년 거주 요건을 갖추지 못한 조합원은 현재 매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예외 조항이 있다. 재건축 사업 3년 이상 지연 시 3년 이상 보유자는 매매를 통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2019년12월3일 착공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오는 12월3일이면 착공 단계에서 3년 이상 지체된 사업이어서 거래할 수 있다. 현재는 매매할 수 없지만 오는 12월에 맞춰 입주권을 팔겠다는 조합원이 나오고 있다는 의미다.
둔촌주공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둔촌주공 사태로 다들 심리적으로 힘들어 다주택자가 주로 내놓은 투매성 물건이 많다”며 “분위기는 흉흉하다. 조합장이 사퇴했기 때문에 공사가 재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펜트하우스 매물은 6월초에 나왔지만 아직 문의만 오고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며 “다주택자들은 양도세중과유예로 부담이 적기 때문에 이익실현하고 나가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전했다.
둔촌주공은 지난 4월15일 시공사업단이 조합과 갈등 끝에 공사를 중단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이달 초 서울시가 중재안을 발표하면서 사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되살아나나 했지만 조합이 이를 부인하자 냉랭한 분위기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둔촌주공 사태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으로 비유했다. 불확실성이 너무 커 섣부르게 매수에 나서기보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둔촌주공 사업은 서울시 협의도 잘 안 되고 공사비는 최초 대비 많이 올랐다. 어떤 방향으로 리스크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며 “사업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어 중간에 매각하려는 사람이 늘 것이다. 특히 대출을 받을 수 없어 현금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주택경기가 침체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