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비서관은 먼저 기소된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규원 검사와 함께 지난 2019년 3월 22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태국 방콕 출국을 불법적으로 막은 혐의를 받는다. 당시 출국 금지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던 김 전 차관이 늦은 밤 공항에 나타나 출국을 시도하자 이 전 비서관 등이 허위 서류를 통해 출국을 막았다는 것이 주된 혐의 내용이다.
현재 차 위원 등은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범죄 혐의가 있던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기 위해 적합한 직무 조치를 내린 것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출금 조치 전반을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비서관 역시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재판의 향배를 결정할 관건은 증인 신문이 될 전망이다. 향후엔 △청와대 개입의 적법성 △봉욱 전 대검 차장 등을 포함한 법무부·대검 승인 여부 △법무부·대검 의사 결정 적법성 △출금 요청서 위법 여부 등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비서관의 당시 직속 상관이었던 조국 전 민정수석과 봉 전 차관 등 주요 인사들의 증인 소환도 줄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까지 공판준비기일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검찰 측의 증인 신청 규모와 채택 여부는 미지수다. 공판준비기일은 공판에 앞서 증거 신청 등 심리 방향을 결정하는 절차다. 이를 통해 향후 법정에 출석할 증인 등이 결정된다. 본격적인 심리가 이뤄지는 공판은 이르면 이번 달 내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차 위원과 이 검사가 기소된 것은 지난 4월이다. 이후 이 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기소됐고 이 전 비서관이 마지막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추가로 기소가 이뤄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직 정식 재판이 진행되지 않고 있어 법조계 일각에서는 1심 판결이 올해를 넘길 것이란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역시 대표적으로 공전 중인 사건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증인 신문을 진행하지 못했다. 이 사건에서 검찰이 신청할 증인은 25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장용범·마상영·김상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7일 이 사건의 10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지난해 1월 검찰 공소장이 접수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오는 9일에서야 6차 공판기일이 진행된다.
그동안 재판부가 변경되고 추가 기소 등이 있었던 점을 감안해도 피고인 측이 기록 복사와 증거 채택 여부 등에 시간이 지연되면서 예정에 없던 공판준비기일이 추가됐다. 아직 양측의 증인 역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추가 공판준비기일은 없을 전망이지만 현재 속도대로라면 1심 판결은 주요 피고인인 송철호 울산시장의 임기가 끝난 뒤에나 나올 전망이다.
현재 법조계, 정계, 언론계를 뒤흔들고 있는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의 재판 역시 공전 중이다. 현재 김모 씨는 정계·법조계 전방위 로비 의혹과 무관하게 앞서 기소된 116억 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4차례 재판을 진행했지만 김 씨의 피해자인 증인 3명이 재판에 잇따라 불출석하며 재판이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지난달 21일 두 차례 연속 불출석한 증인 2명에게 각각 과태료 300만 원 처분을 내렸다. 법원 관계자는 “향후 증인들이 지속적으로 불출석할 경우 재판부는 2차 과태료 처분을 내리고 강제 구인장을 발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울산시장 선거 재판은 오랜 시간 지연되면서 이미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었다”며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재판 결과의 공정성을 두고도 뒷말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재판부는 물론 소송 관계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