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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닭은 내운명"… 영월에 닭전시관 '꼬꼬토피아' 전시관 연 이미옥 관장

염보라 기자I 2017.08.10 16:31:27
[이데일리 뷰티in 염보라 기자]

꼬꼬토피아 이미옥 관장이 7일 뷰티in과 인터뷰를 갖고 닭전시관 꼬꼬토피아에 대한 설명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터뷰 = 정선화 기자 |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닭과 사랑에 빠져 지난 15년간 세계 각국에 흩어진 닭 예술품을 모았다. 그동안 작품을 수집하기 위해 다녀온 나라만 25개국. 아침 8시 숙소를 나가 끼니를 거르며 12시간씩 골동품 골목을 헤맨 끝에 긴 나무뿌리 한 개를 엮어 만든 닭모형부터 닭관련 작품까지, 시대적 가치가 있고 역사적 의미가 있는 닭 작품들을 한데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 작품들이 지난 7월1일 강원도 영월에 개관한 닭전시관 '꼬꼬토피아'에 고스란히 자리했다. 25개국 희귀한 닭모형과 닭관련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관, 꼬꼬토피아 이미옥(58) 관장을 지난 7일 만났다. 이 관장은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교육적인 부분으로도 접근할 수 있는 체험 학습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 닭띠해(丁酉年)인 올해 전시관을 오픈했다. 특별히 올해 오픈 한 이유가 있나.

"공교롭게 올해는 좋은 일이 많았다. 특히 손주도 올해 태어났다. 닭띠 손주를 본 닭띠해에 닭전시관을 오픈하게 됐다. 닭띠해에 맞춰 오픈을 준비한 것도 있지만 내년에 평창 동계올림픽도 개최되고 하니 지금이 딱 적기라는 판단을 했다."

- 수많은 동물 중 하필 닭에 포커스를 맞춘 이유가 궁금하다.

"15년 전부터 취미로 알공예를 했다. 미국에 남편 사업체가 있는데, 함께 출장을 다니면서 보니 세상에는 희귀한 닭(닭모형 등 닭의 모습을 담은 예술품·공예품)이 참 많더라. 예뻐서 사고 희안해서 사고…. 닭을 모으면서 자연스레 닭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됐고, 닭의 5대 덕목에 대해 알게 되니 애정이 더 싹텄다."

- 5대 덕목이라하면.

"먼저 닭의 벼슬은 관직, 즉 학문의 뛰어남을 상징한다. 두 번째로 닭은 용맹함을 의미한다. 해외에 가면 닭싸움 대회가 있는데, 닭은 한 번 싸우면 죽기 전에 물러나지 않는다. 기진맥진해도 싸우고 또 싸우고…. 세 번째로 닭은 사람에게 유용한 양식, 알을 낳아주는 만큼 재물을 상징한다. 네 번째로 닭은 신용을 의미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만 되면 울음으로 동이 텄음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닭의 마지막 덕목은 의리다. 닭은 모이를 주면 혼자 먹지 않고 주변 닭들을 다 모아온다. 같이 먹자고. 그런 이유에서 과거 큰 벼슬을 달거나 재물이 많은 집안에는 닭을 상징하는 그림이나 닭모양의 유물을 많이 소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꼬꼬토피아 전시 작품들(사진= 꼬꼬토피아 제공)

- 꼬꼬토피아에 가면 어떤 것들을 볼 수 있나.

"직접 제작한 300여점의 알공예 작품부터 25개국을 돌며 수집한 세계 닭모형, 닭을 모티브로 한 만화나 공예품 등 작품이 전시돼 있다.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닭유물도 볼 수 있다. 옥으로 만든 닭모형이나 닭이 형상화 돼 있는 기와침 같은 것들…. 정크아트 작품도 있다. 자동차 부품을 활용해 만든 3미터 높이의 닭모형을 보유하고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작품으로 알고 있다. 긴 나무뿌리 한 개를 엮어 만든 닭모형도 있다. 이중섭 화가의 닭 그림과 200년전 미국에서 실제 사용한 닭 그림의 생활용품들도 기대할 만한 작품이다."

- 부산광역시 기장읍에 있는 유명한 절이 하나 있는데, 거기 있는 돼지를 쓰다듬으면 아들을 낳는다고 하더라. 닭도 5대 덕목이 있으니 이런 부분들을 접목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정크아트 작품의 경우 어린이들이 말처럼 타볼 수 있게 제공하고 있다. 복덩어리를 타는 거니까 의미가 있을 거라 판단했다. 관직을 꿈꾼다면 닭 벼슬을 만져볼 수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 좋은 체험·교육 공간을 표방하는 만큼 체험할 수 있는 장치들을 곳곳에 마련해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 25개국을 다니면서 닭 작품을 모았다. 나라별로 차이점이 있는가.

"신기하게도 나라마다 다 다르다. 예를 들어 일본은 작고 아기자기하다. 포르투갈은 채색이 강하고 독특하다. 모방할 수 없는 색채라고 평가한다. 그래서 포르투갈 닭은 자그마한 것도 값이 비싸다."

- 작품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혹은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골동품 가게나 후미진 노점상 등을 돌다보니 전전하기 범죄의 타깃이 되기 쉽다. 특히 마카오에서는 차가 앞뒤로 붙어서 계속 따라다니고 2~3명이 주변을 계속 맴돌고…. 너무 무서워서 건물 뒷문으로 몰래 빠져나가 호텔까지 도망을 쳤던 기억이 있다. 그 일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일본에서는 얇은 옷을 입고 발목까지 쌓인 눈 위를 힘겹게 걸어다닌 일이 생각난다. 동남아 국가 중 한 나라는 바가지가 정말 심하다. 게다가 사기꾼도 그렇게 많다. 비싼 가격에 사왔는데 확인해 보니 가품인 경우도 있었다. 차로 이동하면 상점을 놓칠 수 있으니 해외에 가면 보통 12시간을 걸어 다닌다. 식사 한 끼 못 할 때도 많다. 그러던 중 매장 쇼윈도에 걸린 스카프를 보고 닭인줄 착각한 적도 있다. 닭에 미쳐 있으니 모든 게 닭으로 보이는 거다."


- 귀한 물건이라 운반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것 같다.

"초반에는 시행착오가 많았다. 공항에서 화물 취급하시는 분들이 제품을 막 집어던지니까 약한 제품은 쉽게 깨졌다. 이제는 작품 하나를 구입하면 남편과 저녁내 꼼꼼하게 포장을 한다. 노하우가 생겨서 집어 던져도 괜찮을 만큼 포장의 달인이 됐다."

- 열정이 없으면 하지 못 할 일인 것 같다.

"어떤 분들은 해외에 나간다고 하면 관광 잘 하고 오라고 하는데, 실제로 관광할 시간이 전혀 없다. 하루 종일 걷고 또 걷는다. 수집, 포장, 운반 뭐 하나 고생이 아닌 게 없다. 금전적인 부담도 크다. 해외에 나가야 하고 또 작품을 구입해야 하니 돈이 호주머니에 붙어있질 않는다. 닭 전시관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 닭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끌고 오지 못했을 것이다."

- 꼬꼬토피아에 또 다른 즐길거리가 있다면.

"전시관 외에 야외 터가 넓어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현재는 산의 계곡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을 활용한 자연속 수영장과 디스코 골프장이 있다. 디스코 골프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세계 디스코 골프 협회가 형성돼 있을 만큼 인지도 높은 스포츠다. 한국에서도 일부 학교에서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 번 해보면 정말 재미있다. 이외에 등산로, 팬션 등 숙박시설도 마련해놓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체험학습장으로 꾸며나가고 싶다.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면서 교육적인 부분으로도 접근할 수 있는 공간 말이다. 현재는 시골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키즈카페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일정 공간 내에 안전시설을 해놓고 아이들이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더 나아가 향후에는 유럽마을을 만들고 테마파크를 조성하려고 한다. 우리가 이 공간을 '꼬꼬토피아'라고 이름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지자체 담당부서에서 이 지역에서 제일 잘 해놓은 공간이라고 이야기하더라.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꼬꼬토피아를 오래 머물러도 지겹지 않은, 즐겁고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꼬꼬토피아 전시관 야외 전경(사진= 꼬꼬토피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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