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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헤이븐 나오나‥보험사 '헬스케어' 빗장 풀렸다(종합)

김인경 기자I 2020.12.16 17:05:15

보험사 부수업무 ‘건강정보 관리·운동 플랫폼 운영’ 넣어
건강프로그램 가입자→일반인 확대…무한경쟁 독려
보험사, 마이데이터·헬스케어 자회사化 시행령에 추가
해외도 ‘보험-헬스케어-ICT’ 결합…JP모간-아마존 손잡기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내년부터 보험사들이 건강관리 플랫폼 서비스에 뛰어든다. 보험가입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건강관리를 위한 운동과 식단을 추천하고 각종 건강 데이터를 관리해준다. 높은 점수를 유지하면 보험상품에 가입 때 보험료가 낮아지는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식단관리 해주는 보험사…마이데이터 자회사도 OK

16일 금융위원회는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개편해 보험사의 부수 업무에 건강정보 관리, 운동지원 플랫폼 운영 등을 포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험사가 보험상품 가입자 이외의 일반 대중을 상대로 혈압이나 혈당관리, 당뇨병 예방, 식단관리 같은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보험사들은 지난 2017년 이후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흡연, 비만, 콜레스테롤 등 정보를 기초로 건강 나이를 산출·등급화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대상자는 보험상품 가입자에 한정돼 있었다. 사용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보험사도 서비스 개발에 큰 투자를 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허용하면, 헬스케어 서비스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회사가 건강과 관련된 데이터를 확보하더라도 제휴나 외주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해 왔던 것도 문제였다. 데이터와 관련된 자회사를 두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현재 시행령에 따르면 보험사는 ‘보험업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업무를 주로 하는 회사’를 자회사로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 중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보험회사가 헬스케어 전문회사나 마이데이터 관련 자회사를 소유할 수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금융위의 승인을 받으면 별다른 추가 절차 없이 자회사로 인정하기로 했다.

보험사가 헬스케어나 마이데이터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게 되면 필요한 상품 개발과 고객 분석, 보험료 산출 등 전 과정에서 데이터를 활용해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가입자는 건강 관리를, 보험사는 손해율 관리

보험업계는 금융위의 방향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을 할지는 더 논의가 돼야 구체적인 가닥이 잡히겠지만, 건강관리는 보험업계가 가야 할 방향”이라며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열린 것은 큰 결실”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 개편을 통해 보험사는 손해율 관리를 할 수 있고, 가입자들은 건강을 증진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실제 보험사가 헬스케어 업체들과 손을 잡으면 건강증진형 보험료 할인 등 활용방안이 무궁무진해진다. 일본의 다이이치생명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치매예방 플랫폼과 안부확인 서비스 등을 제공하면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새로운 상품 개발 역시 속도를 낼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보험사 올라이프는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해 에이즈나 당뇨병을 가진 사람 중 꾸준히 건강검진과 치료를 받는 사람에 한해 사망 및 장애보장 보험을 제공한다. 유병자를 위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인 셈이다. 일본에서도 공공의료데이터 센터의 데이터를 활용해 건강 나이 기반의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인 JP모건은 아마존, 버크셔헤서웨이와 손을 잡고 헬스케어 전문회사 헤이븐(Haven)을 설립했다. 당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는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고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일은 노력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은 초기 시장이지만, 반응이 나쁘지 않다. 지난 2018년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의 계약건수는 6만8516건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48만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3년간 84만건의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계약이 성사되면 성장세가 뚜렷하다.

당국은 주요 보험사와 보험협회는 물론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원, 신용정보원, 의료 및 헬스케어 전문가, 빅테크 및 핀테크, 컨설팅사 등과 함께 ‘보험업권 헬스케어 활성화 TF’를 만들고 건강관리서비스 제공 범위 확대와 헬스케어 서비스 관련 개선과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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