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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정부는 왜 韓유조선을 나포했나…외신들 "핵과학자 암살 보복 일환"

조민정 기자I 2021.01.05 16:38:43

한국 케미호 나포, 한국인 5명 포함 20명 탑승
이날 우라늄 농도 4.5%에서 20%로 상향 조치
"이란,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 이후 분노·보복"

한국 선박 ‘한국케미’호에 올라탄 이란 혁명수비대의 CCTV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조민정 인턴기자] 이란이 한국 국적의 유조선을 나포하고 핵무기 개발이 가능한 수준으로 우라늄 농축농도를 높이는 등 지역내 긴장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자국 핵무기 개발을 주도한 핵 과학자 암살 사건 배후로 이스라엘과 미국을 지목한 이란정부의 보복조치라는 분석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한국 국적의 화학 운반선을 나포했다”며 “해당 선박이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유조선은 석유화학 제품 운반선 ‘한국 케미(Hankuk Chemi)’호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항해 중 나포됐다. 이 배에는 한국인 선원 5명과 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 국적의 외국인 선원 15명 등 총 20명이 탑승하고 있다.

같은 날 이란은 우라늄 농축농도를 20%로 상향했다. 20%까지 우라늄 농축농도를 끌어올리면 6개월 내에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1일 “이란은 최근 의회에서 통과된 법률에 따라 이란 원자력청이 최대 20% 농도의 저농축 우라늄을 포르도 농축시설에서 생산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포르도는 이란의 양대 핵시설이 있는 지역이다.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따르면 이란의 우라늄 제한 농도는 3.67%로 그동안 이란은 4.5%의 농축 수준을 유지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한 후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란 핵개발의 아버지’라 불리는 모센 파크리자데의 생전 모습(사진=AFP)
NYT와 영국 일간지 가디언즈 등 주요 외신은 한국 유조선 억류와 우라늄 농축농도 상향이 모두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에 대한 보복조치로 분석했다. NYT는 “이란 고위직들은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과 관련해 격노했으며 복수를 다짐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즈 또한 “이번 조치는 이란이 핵 과학자 암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의회에서 통과시킨 수많은 법안 중 하나”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이란 핵개발의 아버지’라 불리는 모센 파크리자데는 테헤란 외곽에서 습격을 받아 사망했다. 암살사건의 배후로 이란 정부와 고위직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성 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2008년 미국은 파크리자데를 제재 대상 명단에 올렸고 이스라엘은 파크리자데가 이란의 군사적 핵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고 주장해왔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강력히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이란이 걸프만에서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고, 대이란 제재 완화를 강요하려고 한다”고 비난하며 한국 유조선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핵 합의를 위반한 이번 결정은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韓 유조선 나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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